[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은행권 ISA 가입자 수는 '만능통장'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가입자격과 투자자산의 범위가 확대됐지만 절세계좌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ISA 가입자격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기존에는 소득이 있는 거주자나 농·어민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9세 이상 거주자 또는 근로소득이 있는 15~18세 거주자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의무 가입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가입자가 원할 경우 3년 만에 해지하고 비과세와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ISA 총 가입자 수는 2018년 199만명을 기점으로 2019년 192만명, 2020년 178만명으로 매년 줄었다.
대부분이 신탁형 가입자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은행 일임형 가입자는 19만명으로 신탁형(159만명)의 8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직접 ISA에 담을 자산을 결정하는 구조이지만 대부분 예·적금만 넣어두고 방치하고 있어 '국민 자산형성'이라는 절세계좌 기능을 거의 못하는 실정이다.
일임형 가입자수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은행의 ISA 가입 비율은 전체의 91%에 달하지만, 수익률은 1년 6.99%, 누적 18.21%로 증권사 9.42%, 25.09%에 크게 뒤떨어진다. ISA는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수익금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초과분은 9.9%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데 ISA 말고도 비과세 저축, 해외주식 비과세 펀드 등이 있어 절세 상품으로써의 존재감도 부족하다.
대표 절세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회사의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금융당국이 일임형에 대한 운용수익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은 "비과세 한도나 중도인출 시 과세 등으로 인해 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절세계좌 혜택을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한다"며 "투자형 상품의 편입 확대와 금융회사의 사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을 담아 운용할 수 있는 일명 '투자형 ISA 법안'이 발의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지도 관심이다. 이렇게 되면 종전 펀드 형태로만 투자하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005930) 같은 개별 종목을 ISA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뉴스토마토>에 "개별주식을 트레이딩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해 전산을 고도화하면서 도입할 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개별 주식을 ISA에 담게될 경우 필요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은행들이 ISA 가입자격과 세제혜택 확대에 따라 올들어 고객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민은행의 ISA 가입 이벤트. 사진/국민은행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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