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내용의 3·1절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한반도 문제를 두고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하게 주문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 최우선 외교 현안이 됐다.
2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일주일도 안남은 3·1절 경축사의 초안은 가닥이 잡혔고,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과거사 문제와 미래협력은 분리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투 트랙 접근법'을 큰 틀로, 일본 정부가 호응하고 국내 여론도 수긍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어느 수준까지 제시될지가 관건이다.
우선 문 대통령이 '대위변제' 방식을 공식 언급할지 주목된다. 한국 법원이 지시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배상금을 일본 정부·기업 자산 강제매각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아닌, 한국 정부와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포스코 등)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강창일 주일대사 등이 비슷한 내용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양국 관계에 있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고 당사자가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책임있는 사과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법재판소(ICJ) 공식 회부를 언급할지가 관심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6일 "국제재판소에 가서 완전한 해결을 하고 양국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며 ICJ 회부를 공개 요청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서도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교부 측은 패소 가능성 등을 우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일본 측에 제안한 '문재인·스가 선언'(가칭)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기반 질서 등 양국 공동 가치 확인 △미·중 경쟁 완화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협력 역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제안에 일본 정부가 긍정적으로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 미국이 적극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18일 국회에 출석해 "한일 간 문제는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전 주한 일본대사를 지낸 도미타 고지 주미 일본대사는 19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한미일 연계를 중시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한일 간 현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사국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내용의 3·1절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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