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취임한지 588일만, 잔여임기 142일을 남겨 놓고 중도 하차한 것이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본관 중앙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윤 총장은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면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갑작스런 사의 표명을 한 이유와 이후 중수청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을 질문했으나 윤 총장은 입을 굳게 다문채 서둘러 대검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 내부와 측근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오전 휴가를 낸 뒤 출근하지 않고 사의 표명문을 직접 작성했다.
윤 총장은 사의 표명 후 곧바로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의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윤 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장관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윤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만호 청와대 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15분 춘추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 후임 인선 등 이후 절차에 대해 "법에 정해진 관련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만 짧게 말했다.
윤 총장은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 21명이 지난 2월8일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법안(중수청법안)에 반대해 여론전을 선포하고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며 여권을 연일 비판해왔다.
전날 정기 순회일정으로 방문한 대구고검·지검에서는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도 강조했다.
중수청법안은 검찰이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옮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며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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