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해 곤욕을 겪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에 광고 기업이 줄줄이 손절을 선언했고 지자체 지원마저 중단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드라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 당한 생시와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구마사제에게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기생집의 중국식 건물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 세트, 의상, 음악이 중국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태종이 환시로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로 인해 중국 홍보 논란과 더불어 역사 왜곡 논란까지 휩싸이게 됐다.
급기야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SBS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SBS가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폄하, 훼손하는 드라마를 편성 송출하고 있다고 재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더불어 조선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중국 칼, 중국 갑옷, 중국 음식, 중국 가옥, 중국 술, 중국 악기, 중국 옷을 입은 한국 무녀를 등장시키며 중국의 한국 역사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 왜곡, 중국풍 논란이 거세지자 드라마 제작 지원이나 협찬에 참여한 기업들이 잇따라 광고를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전남 나주시도 영상테마파크 장소 지원 계약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조선구마사’ 드라마 제작지원사, 광고주 목록을 공유하면서 광고 철회 요구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구마사’ 제작진 측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창작의 영역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선구마사’는 소품 하나, 미술 하나까지 모두 고증을 거친 역사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사실만으로 이뤄진 작품이 아니다. 신PD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생시라고 불리는 괴물을 부리는 존재가 있고, 이에 맞서는 혈투를 펼치는 태종, 양녕, 충녕을 비롯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조선을 배경으로 한 픽션 드라마임을 강조했다.
‘조선구마사’와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역사 왜곡, 혹은 중국풍, 왜색 논란 등이 있어왔다. 드라마 ‘더킹’도 예능 프로 ‘조선팝 어게인’ ‘여름방학’ 등이 왜색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대부분 논란이 된 작품은 왜색 논란을 겪어왔다. 하지만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및 중국풍 논란으로 거센 바람을 받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전엔 이런 돌풍이 없었는데 왜 지금 이 시기 시청자들이 분노를 하는 지다.
이러한 분노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차곡차곡 싸여 대중이 참지 못하고 표출한 현상이다. 최근 드라마 업계에 논란이 된 이슈가 있다. 바로 중국 기업 PPL이다.
여신강림. 사진/tvN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은 여고생들이 편의점에서 훠궈를 먹고 중국어 광고가 설치된 버스 정류장 등 중국 광고를 잔뜩 등장시켰다. 중국 기업의 광고판이 등장하고 중국 기업 로고가 그려진 휴지를 사용한다. 또한 중국 기업의 로고가 박힌 박스에서 옷을 꺼내는 등 곳곳에서 중국 기업의 PPL를 볼 수 있다.
국내 제품 PPL만 나오더라도 극의 흐름을 해친다고 질색을 하는 국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 PPL이 결코 좋게 보일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 드라마 제작을 위한 PPL이 필요하다는 건 시청자들 역시 감수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논란이 크게 되지 않고 넘어갔다.
빈센조. 사진/tvN
하지만 또 다시 중국 기업 PPL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엔 tvN 드라마 ‘빈센조’다. ‘빈센조’ 8회에는 홍자영(전여빈 분)이 빈센조 카사노(송중기 분)에게 레토르트 비빔밥을 건네는 모습이 그려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비빔밥을 먹는다는 설정이다. 문제는 해당 브랜드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중국 브랜드이자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은 김치, 판소리, 갓, 등 한국의 고유 문화를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국 드라마 속의 모습이 중국의 신 동북공정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자칫 드라마 속 중국 제품이 한국 고유 음식이 아닌 중국인의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조선구마사’의 해당 장면을 두고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최근 문화 동북공정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에 대해선 대중들이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대중들은 이미 지난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촉발된 ‘노재팬’을 겪은 바 있다. 국가적 대응에 만족할 수 없기에 대중이 직접 나섰다.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지원했던, 혹은 광고를 했던 기업들 역시 발빠르게 손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가적 대응 미비가 순수 창작물을 창작물로만 볼 수 없는 현실을 만든 셈이다.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사진/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