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이혜지 수습기자]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 깊숙이 침투하면서 개인 카페 점주들의 생존 기반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개인 자영업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이 이어지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역시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본사는 원·부자재 납품과 로열티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영업하는 점주들은 서로의 매출을 잠식하는 '치킨게임'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골목 잠식한 저가 커피…개인 카페 매출 '직격탄'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골목. 제자리에 서서 한 바퀴만 돌아도 커피 간판이 세 개는 눈에 들어옵니다. 서촌 골목도, 종각 이면도로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때 동네 특색을 담은 개인 카페들이 자리하던 골목은 이제 저가 프랜차이즈 간판들로 빼곡합니다.
광화문에서 10년 넘게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점주 A씨는 "코로나 이후 저가 프랜차이즈들이 우르르 들어오면서 월 매출이 50%는 줄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가 커피들이 1000~2000원대인데 개인 카페는 원둣값 때문에 아무리 줄여도 2000원대 중후반이 한계"라며 "프랜차이즈는 본사 공급이라 그 가격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광화문 인근의 또 다른 점주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B씨는 "저가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나서 월 매출 200만원 기준으로 30만~40만원은 줄었다"고 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에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이혜지 기자)
저가 프랜차이즈가 옆 건물에 들어서면서 3개월 만에 폐업하고 서울 서촌 인근으로 터를 옮긴 한 점주 C씨는 "위치 좋은 곳은 저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개인 카페들이 나가기만을 기다린다. 나가면 저가 커피 브랜드가 바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매출 3분의 1이 그냥 날아간다. 저렇게 하면 사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토로해습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를 2~3년 운영하다가 1억원 프리미엄 받고 팔아버리고, 그걸 퇴직금으로 사는 부모님 세대가 많다"며 저가 프랜차이즈 시장이 권리금 투자 시장으로 변질된 현실도 꼬집었습니다.
"메가커피의 적은 메가커피"…가맹점주도 무너진다
문제는 이 치킨게임이 개인 카페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메가커피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메적메(메가커피의 적은 메가커피)'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입니다. 한때 메가커피가 입점하면 건물 가치가 오른다는 '메세권'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메가커피가 메가커피를 죽이는 구조가 됐다는 겁니다. 초창기 1000개 남짓이던 매장이 4000개를 넘어서면서 가맹점주들은 같은 브랜드의 옆 가게와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실제로 메가커피의 영업권 범위는 초창기 원형 250m에서 190m로 축소됐다가 현재는 '박스'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점주들은 영업 권역 설정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수년간 본사의 출점 확대에 유리하도록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특수 상권으로 분류된 곳에는 같은 빌딩에 점포 두 개를 출점했습니다.
종각역 인근의 한 가맹점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근접 출점을 문제 삼고 본사와 맞서온 해당 점주의 매장 바로 옆, 박스 경계에 걸릴 듯 말 듯한 위치에 '본사 직영점'이 들어섰습니다. 기자가 직접 두 매장 사이를 걸어보니 도보 2분, 190걸음 거리였습니다. 해당 점주는 "2000원짜리 커피를 팔아선 본사 직영점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규모를 맞설 수 없다"며 "코앞에 가맹점도 아닌 직영점이 들어오고 나서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본사와 근접 출점 관련 논의를 할 창구는 물론 어떠한 법적 규제도 없는 상황입니다. 점주들의 목소리에도 메가커피 본사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메가커피 측은 "출점 거리는 자율적으로 정해진 거리"라며 "출점 거리 밖이라 하더라도 형성된 상권과 유동인구를 고려하여 기존 가맹점에 대한 매출 간섭이 없다고 판단될 때에만 출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반 고객들 눈에는 과밀처럼 보여도 사실 상권이 다른 경우이며, 동일 가맹점주가 특정 상권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로 출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근접 출점 사례로 지목된 여의도 8개 매장 중 4곳은 기존 점주가 자발적으로 확장한 다점포 매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이 같은 본사의 설명도 카페 점주들의 주장과는 부딪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메가커피 가맹점주는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본사에서 옆에 또 다른 지점을 낼 것이란 연락을 먼저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어차피 출점은 정해진 상황인데 다른 사람이랑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는 복수 출점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식"이라고 전했습니다.
본사가 이처럼 출점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점포 하나가 생길 때마다 장비 납품으로 고정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커피머신기의 경우 본사 납품 비중이 60~80%에 달합니다. 본사는 출점 비용과 납품 수익을 남기고, 근접 출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가맹점주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페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개인 카페 점주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역시 상권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섭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표 단체들이 영세성, 소비자 후생 등 기준에 맞는다고 판단하면 신청할 수 있고, 심의위원회에서 적합 여부와 규모의 경제성 등을 심의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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