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이번달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산업생산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1일 통계청·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종합하면, 3월 전산업 BSI는 89로 한 달전보다 7포인트 올랐다. 이번 달 수치는 2011년 7월 87을 기록한 후 9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도 111.6(2015년=100)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6월(3.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 낮으면 악화 예상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89로 전달보다 7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1년 8월(93) 이후 최고치다. 비제조업도 78을 기록하면서 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8년 7월(80)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중 철강제품 가격 상승으로 1차 금속이 17포인트 올랐다. 유가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오름세로 화학물질·제품은 12포인트 뛰었다.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 가격상승에 따라 전자·영상·통신장비도 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규모·형태별로는 내수기업이 11포인트 상승하는 등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9포인트, 6포인트 상승했다. 수출기업도 3포인트 올랐다.
비제조업 중 도소매업(11포인트), 정보통신업(8포인트), 전문·과학·기술(10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도 영향을 줬다. 내달 업황을 내다본 전산업 BSI도 6포인트 오른 84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갔다.
기업의 체감경기에 소비자의 심리를 함께 반영하는 ESI는 전월보다 4.7포인트 상승한 101.3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2018년 6월(100.4) 이후 2년 9개월만이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호조로 광공업이 증가하면서 전산업 생산을 견인했다. 향후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역시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4.3% 증가하는 등 한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신·방송장비(-10.5%) 등에서 줄었으나 D램, 플래시메모리 등의 생산 증가로 반도체(7.2%) 생산이 늘었다. 화학제품(7.9%)도 기초화학제품과 플라스틱 제조용 화학제품 등의 생산 증가가 뚜렷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1.1% 증가하는 등 석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영업제한·집합금지 완화 등의 영향으로 숙박·음식점(20.4%)과 수출입물량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화물운송, 여객운송이 늘면서 운수·창고(4.9%) 등의 생산이 늘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하는 등 9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다만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감소하는 등 석달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특수 산업용기계 등 기계류(-6.2%) 투자 감소로 2.5% 감소하면서 넉달 만에 하락세 전환을 맞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며 "코로나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현 단계를 유지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이 되고, 내수도 회복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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