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견제·심판"vs"보수 응징"…뜨거웠던 투표 열기
'정책 실종'에 지친 유권자도…"서민 더 생각해 줄 후보 찍었다"
2021-04-07 20:00:00 2021-04-07 20: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쪽으로 집중된 권력 견제하려고 나왔어요", "그들이 진심으로 반성한 적 있었나요?"
 
전형적인 봄날씨를 보인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서울시민들은 각자의 투표 민심을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 주민 이모씨는 투표를 끝낸 뒤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이 안 좋지 않느냐"면서 "후보들이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공약을 실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고, 인물 보고 찍은 것도 아니다"고 했다. 
 
소위 '원조 정치 1번지' 중구와 인접한 마포구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보수 정당에 대한 반감 등이 맞부딪혔다.
 
마포구 소의초등학교에서 투표한 30대 김모씨는 "'깜'이 되고 경험이 있어서 바로 투입돼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며 "정당들이 거짓 후보 응징 및 정권심판을 이야기하지만 마음에 와닿은 점은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50대 후반이자 스스로를 '386 세대'로 지칭하는 이모씨는 "전두한 정권 때 부산에서 반독재 운동하느라 고문까지 당해 (후신 정당에) 반감이 매우 크다"며 "친구 중에서도 부친이 광주로 발령나서 다닌 학교에서 총 맞아 죽은 사례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재 후신 정당이 진심으로 반성한 적이 없는 만큼 하는 일들이 실소가 나온다"면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 가 무릎 꿇었다곤 하지만 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 정당의 흠집내기식 공방에 지친 유권자도 있었다. 중림동 주민센터에서 기표를 마친 40대 여성 이모씨는 "정당들이 서로 비방해 신경 안 쓰게 되는 거 같다"며 "나름대로 판단해 서민을 더 생각해줄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여느 선거 때처럼 투표 행위 자체를 축제로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투표소에 붙은 현수막 등을 사진 찍는 유권자들이 많았고 부부가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후 3시58분 기준 서울 지역에서는 유권자 842만5869명 중 396만2935명이 투표해 투표율 47.0%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보다는 낮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 재보궐 선거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이다.
 
날씨도 한몫 했다. 중구와 마포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으로 양호했다. 기온은 20도 이하로 다소 덥기는 했지만 외출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시는 이번 보궐선거에 611억원을 투입했다. 투표소는 2259곳을 준비했다. 건물 1층에 투표소를 마련하지 못한 경우 건물 마당에 임시기표소까지 마련한 곳들도 있었다.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그나마 편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마포구 공덕동에는 공영주차장에 투표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식 건물이 아닌 장소에 마련됐지만 점심 시간대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재보궐선거일인 7일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방송사 출구조사원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하며 설문지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