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막내 검사 선배 구하기? '김봉현 술접대' 새 변수
기소된 검사·변호사 접대비 감액 노림수
피고인 검사 측 "김봉현이 옆 방도 계산"
2021-04-29 06:00:00 2021-04-29 15:53:38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 접대 검사’ 재판이 지난 27일 본격화된 가운데 그간 혐의를 부인해오던 또 다른 검사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 받은 사실을 자백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에게서 술 접대를 받았다고 인정한 사람은 검사 2명, 검사출신 변호사 등 총 3명으로 늘어났다. 불기소 처분을 받고 법무부의 징계도 피해갈 수 있던 검사가 돌연 접대 받은 사실을 자백한 배경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건의 시작은 201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검사들을 접대했다.
 
이 사실은 2020년 김 전 회장의 '옥중편지'를 통해 폭로됐다. 10월 국정감사 직전이었다. 검찰은 같은해 12월 김 전 회장과 그 자리에 있던 검사 등을 기소하면서 접대 술값 536만원 중 밴드·유흥접객원 비용 5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481만원)을 참가자 수 5로 나눠 1인당 96만2000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계산했다. 같은 술자리에 있었어도 밤 11시 이전에 귀가한 검사들과 끝까지 남은 검사 등에 대한 차등을 둬야 한다는 논리다.
 
이같은 논리를 다룬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검찰의 수학적 쾌거', '자유당 시절 사사오입의 끝판왕'이라는 국민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어찌됐든 96만원대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검사들은 불기소됐으나 끝까지 그 자리에 있던 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접대비가 114만5000원에 달해 기소됐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20일 2명의 검사에 대해선 면직 수준의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나 1명의 검사에 대해선 결론을 짓지 못했다. 술자리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징계를 피해갈 수 있던 검사가 돌연 자신이 그 술자리에 있었다고 자백한 것이다. 해당 검사는 그 자리에 있던 대우조선해양 수사팀 막내 검사로 선배 검사들의 재판을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당초 김 전 회장은 술 접대 리스트를 폭로하던 때 막내 검사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 검사가 자백을 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법조계에선 접대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접대비 산정방식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막내 검사 입장에선 선배 검사 등을 지키면서도 불기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선배 구하기', '검찰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실을 전하는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에도 '이런 검사가 누구를 수사하고 누구를 처벌하나'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 지난 27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술 접대를 받던 당시 옆방에서도 술을 마시는, 일행이 아닌 사람들이 있었고, 김 전 회장이 낸 536만원의 접대비가 이들 술값과 일괄 계산됐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검찰 조사 결과 옆방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청와대 전 행정관으로 확인됐다. 피고인 측은 김 전 회장이 5명이 아닌 7명의 술값을 결제했으므로 접대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막내 검사 자백으로 술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도 이른바 ‘96만원 불기소 세트 논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막내 검사의 경우) 비록 징계를 받겠지만 기존대로 불기소를 유지한 채 검사들과의 의리를 다질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다른 변호사는 “추가 증거가 나와서 자백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그럼에도 기존 2명의 피고인(검사, 검사 출신 변호사)이 아닌 불기소된 검사가 이렇게 적극 자백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아닌 뇌물죄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뇌물죄를 적용하더라도 뇌물죄 구성 요건인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영란법에 따른 접대비 산정을 놓고 법리적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내검사의 자백으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 가운데 다음 공판에서는 ‘술값 산정’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 접대 검사’ 재판 전초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그간 혐의를 부인해오던 또 다른 검사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 받은 사실을 자백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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