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웹툰과 웹소설로 대표되는 이야기 콘텐츠 확보 전쟁이 뜨겁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의 변주가 가능한 지식재산권(IP)이 있으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뿐 아니라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IP 확보에 나서고 있다.
IP 확보에 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현재 왓패드 인수 절차 마무리에 열중하고 있다. 왓패드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월간 이용자 수가 9000만명에 이른다. 7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웹툰과 합치게 되면 매달 전 세계 1억6000만명이 이용하는 초대형 웹툰·웹소설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다.
네이버는 5월 중으로 인수를 완료하고 웹툰과 웹소설을 연계한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선다. 이 때부터 두 플랫폼 간의 트래픽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네이버는 파급력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각 플랫폼에 동시 론칭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왓패드에서 진행 중인 90여개 영상화 프로젝트를 포함, 양사의 인기 콘텐츠를 영상 등 2차 저작물로 변환하는 시너지를 창출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양질의 창작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왓패드에는 네이버웹툰보다 6배 이상 많은 500만명 이상의 창작자가 10억건 이상의 콘텐츠를 게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반 제작 도구 지원 등을 통해 작품의 다양성을 키우고 2차 저작물을 활성화 할 방침이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가치를 높여 아마추어 작가들이 프로로 진화해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창작자와 플랫폼 간 수익이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성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글로벌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여신강림' 포스터. 사진/tvn
네이버의 질주에 카카오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웹툰·웹소설 IP 제작과 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카카오페이지와 음악·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카카오M의 시너지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IP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콘텐츠 확보 측면에서는 해외 시장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디지털 만화 플랫폼 타파스 지분 29.6%를 추가로 확보, 총 40.4%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최근에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경영권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에 대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규 작가 양성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출시했고, 오는 20일까지는 오픈 웹툰 플랫폼 '스토리잼'과 웹툰 창조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엔터는 최근 DC코믹스와 배트맨, 슈퍼맨 등의 시리즈물을 웹툰으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번 프로젝트는 DC코믹스의 러브콜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카카오엔터는 이를 발판으로 만화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컴투스
게임업계 역시 슈퍼 IP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신규 IP 확보와 동시에 게임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IP를 웹툰, 웹소설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에도 매진 중이다.
컴투스는 지난달 말 미국 현지에서 '서머너즈 워: 레거시' 정규 에디션을 출간했다.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IP 기반의 코믹스 시리즈로, 미 현지 온오프라인 출판 체인을 통해 1만4000부 가량이 사전 주문됐다. 이에 앞서 '워킹데드' 코믹스 제작사 스카이바운드와는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 바이블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신작 게임과 코믹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국내 미디어 콘텐츠 기업 미디어캔에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미디어캔이 보유한 IP들을 글로벌 게임화하고 컴투스의 게임 IP를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하는 크로스오버를 모색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F&C는 타파스에 MMOG 게임 '아이언쓰론' IP를 활용한 웹소설 '퍼스트본: 디바이디드 로얄티스'를 선보였고, 엔씨소프트의 웹툰 플랫폼 버프툰은 OCN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다크홀'의 웹툰을 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잘 키운 IP 하나가 열 게임 이상을 대체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이를 웹툰이나 웹소설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것은 수익 창출 뿐 아니라 인지도 제고, 마케팅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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