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부부 택배기사 정운철씨(오른쪽)와 최은영씨. 사진/CJ대한통운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 "아내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행복도 두배, 건강도 두배입니다." 스포츠의류 수입 총판 사업이 어려워진 후 중학교 동창의 권유로 택배를 시작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정운철(45)씨는 이제 6년차의 어엿한 중견 택배기사다. 초기엔 사업할 때와 달리 몸 쓰는 일이 낯설어 힘들기도 했지만 비교적 일찍 적응하면서 “왜 더 일찍 택배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까지 생겼다. 택배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합류한 아내 최은영(42)씨와 함께 여유와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정씨는 “아내가 함께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다 보니 고객사 영업에 집중할 수 있어 수입도 덩달아 늘었고, 6년 동안 단 한번의 고객 클레임도 없을 정도로 서비스에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옆에서 챙겨주는 아내 덕분에 2년전부터 금연을 시작하며 건강도 챙기고 있다.
# IT업계에서 근무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동훈(37)씨는 국경을 넘는 장거리 연애 끝에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 배민정(34)씨와 결혼했다. 직장으로 인해 따로 떨어지기 싫었던 부부는 함께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자택 근처 택배터미널에서 택배기사 자리를 얻게 됐다. 타고난 길치였던 김씨는 길눈 밝은 배씨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일찍 배송구역에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5년차 택배기사가 된 김씨는 “눈감고도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젊은 부부가 같이 열심히 일하는 게 너무 보기 좋다”는 동네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는 부부는 매일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000120)은 다가오는 ‘부부의 날’(5월21일)을 맞이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 2만여명을 대상으로 가족관계를 조사한 결과,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부부 택배기사가 2692명(1346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2만여명의 택배기사 중 부부를 포함해 부모, 자녀, 형제, 친척 등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400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산업이 발전하면서 부부 택배기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1800명, 2019년 2310명, 2020년 2450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9.9% 증가했다. 가족단위 택배기사도 지난해 3498명에 비해 14.4% 늘어났다.
부부나 가족 택배기사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택배기사가 ‘괜찮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퍼져, ‘가족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특히 물량 증가로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외부인을 쓰기보다는 부부나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물량이 많이 몰리는 날에만 주 2~3회 정도 일손을 보태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담당하는 구역의 고객사와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구역을 분할해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CJ대한통운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택배 현장이 첨단화되면서 작업 강도가 완화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와 소형 상품 전담 분류기 MP(Multi Point) 등 첨단시설들이 택배현장에 설치됐으며, 4000명 이상의 분류지원인력도 투입돼 작업 시간과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물량이 늘어난데 비해 한집에 2~3개씩 배송되는 중복배송이 많아지고, 이동해야 하는 배송구역도 좁아져 작업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3년째 택배기사로 아내 황인경(58)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허권(65)씨는 “과거에 비해 물량은 늘어났지만 일하기 훨씬 수월해졌다”며 “아내와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 부부사이도 좋아지고 수입도 훨씬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입과 미래가 보장되는 택배기사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가족 택배기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며 “택배기사가 자긍심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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