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이뤄지던 국내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내년 3월부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ATS)를 출범시키로 했기 때문인데요. 국내 자본시장도 미국, 유럽처럼 복수 거래시장 체제가 형성됩니다. ATS 출범으로 하루 12시간까지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고, 수수료 경쟁에 따른 거래 비용 절감도 예상됩니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할 계획입니다.
9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한국거래소, ATS 준비 법인 넥스트레이드 등 유관기관과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고 세부 운영 방침을 밝혔습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도 도입 후 10여년 만의 ATS 출범으로 우리 증권시장이 복수시장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면서 "ATS가 정식 출범하면 주식 거래시간이 연장되고, 새로운 호가유형이 도입돼 다양한 거래 전략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공통으로 운영하는 정규 거래시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오전 8시50분), 애프터 마켓(오후 3시30분~오후 8시)을 추가 운영합니다. 국내 주식 거래 시간이 현행보다 5시간30분 늘어나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의 시가 예상체결가 표출 시간과 종가 단일가매매 시간은 변경되는데요. 시·종가의 대표성을 유지하고, 호가를 접수 받아 하나의 가격으로 동시에 체결하는 단일가매매와 가격이 합치되는 즉시 매매체결이 이뤄지는 접속매매의 차이를 활용한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호가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시장가와 4가지 지정가(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 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 지정가 호가'가 추가됩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전략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보다 매매체결 수수료를 20~40% 인하할 예정으로, 시장 간 경쟁에 따른 거래비용 절감이 예상됩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최선집행의무 적용…공매도 감독 동일하게
금융당국은 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두 개의 증권 시장이 운영됨에 따라 시장 유동성 분산에 대응하고, 통합 시장 관리·감독에 나섭니다. 우선 증권사가 투자자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준을 마련해 공표하고, 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제출하는 '최선집행의무'를 적용합니다.
최선집행의무는 시장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의 거래, 투자 기법 중에서 고객에게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합당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감원은 상반기 중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증권사는 최선집행기준과 SOR(Smart Order Routing System) 시스템을 구축해 주문을 집행하게 됩니다.
또한 공매도에 대한 관리·감독은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할 방침입니다. 프리·애프터 마켓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고, 공매도 주문 표시, 과열종목 지정제도 등은 넥스트레이드에도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공매도로 인한 직접적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업틱룰은 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각각 직전 체결가를 기준으로 운영합니다.
가격변동폭, 시장 안정 장치, 시장감치와 청산·결제 등도 한국거래소와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넥스트레이드의 가격 변동 폭은 전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30%이며, 거래소의 거래정지를 비롯한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등도 넥스트레이드에 즉시 적용합니다. 넥스트레이드에 대한 시장 감시와 청산도 한국거래소가 수행하게 됩니다. 넥스트레이드 결제 역시 한국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거래일부터 이틀 후(T+2)에 결제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은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법 개정 등 제도를 정비할 계획입니다. 우선 투자자들이 넥스트레이드에서 ETF, ETN을 거래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하고, 넥스트레이드 또한 인가를 추가 취득할 예정입니다.
투자자 혼선 줄여야…최선집행의무 우려 목소리도
증권업계에서는 복수 거래체제 등 자본시장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에 따른 투자자 혼선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안내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증권 최원영 상무는 "ATS가 일반 투자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뿐만 아니라 넥스트레이드의 자체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며 "또한 내년 출범 이후 실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나 요청 사항이 있을 경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운영 규칙을 변경해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에 적용되는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백종흠 키움증권 ATS TF 반장은 "투자자들의 최선집행의무에 따른 자료 요구 등 증권사에 민원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 초기에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집행의무를 필수가 아닌 고객의 선택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ATS 출범이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유관기관이 꼼꼼히 준비해 달라"며 "금융당국도 가이드라인 마련, 법규 정비 등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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