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고사건 해마다 급증… “상고심사제 도입해야”
대법관 1인당 매년 4천 건 처리, 최근 상고 사건 급증세
"상고사건 선별하면 총량 줄고 재판 집중도도 높아져"
"전원합의체 감안, 대법관 18인으로 증원 2원적 구성" 주장도
2021-05-21 14:48:38 2021-05-21 14:48:38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사건이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고심사제 또는 상고제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형사사건에는 고등법원 상고부를, 민사사건에는 상고심사제를 혼합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법원은 21일 오후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상고제도 개선 중심’는 주자의 비대면 토론회를 열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상고사건은 연 45만건에 달한다. 대법관 1인당 4000(비주심 사건 포함 시 16000)을 처리하는 셈이다.
 
토론회에 앞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최근 수년간 상고 사건이 급증하면서 대법원으로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과중한 재판 부담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귀결되는 만큼 이제는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변화를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상고심사제 방안 제시… “2원적 재판부 설치 필요”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 추이(1990 ~ 2019년). 제공/ 박노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는 상고제도 개선 방안으로 상고심사제로의 방향 전환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심사를 통해 대법원이 판단할 사건을 선별하는 절차를 두면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대법원이 심리할 상고사건의 총량을 제한할 수 있다”며 “대법원 조직은 ‘전원합의체 중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되 하급심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를 증설해 사실관계 확정 권한을 집중시키고, 항소심은 사후심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확정된 사실인정을 기초로 법률해석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대법원 조직을 전원합의체(one bench system)로 재편성하는 방향과 함께 차선책도 제시했다. 6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 2개를 분야별로 나누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가능하도록 운영(4인 이상의 다수의견으로 재판)하며 13인의 전원합의체 재판부를 필요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을 또 다른 개선안으로 내놨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현 소부 중심의 대법원 재판은 최고심급의 재판이 마땅히 가져야 할 본질적 기능을 구조적으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상고제도가 ‘당사자의 분쟁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상 대법관을 증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2원적 구성 시 심리방법. 제공/민홍기 변호사(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

민홍기 변호사(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민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이 당면한 상고사건의 적정한 처리 및 전원합의체 구성을 감안해 적정한 대법관의 수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법관 6인을 증원해 실제 재판업무에 투입되는 대법관을 18인으로 증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을 2원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안이다.
 
민 변호사는 “재판부를 2원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대법관의 수를 대폭 늘릴 필요는 없다”면서 “대법관을 6명 증원하더라도 대법원 재판부를 2원적으로 구성함에 따라 현재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의 재판부에서 12개의 재판부(대법관 및 대법원 판사 3명으로 구성되는 2원적 재판부 10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대법관 재판부 2개)로 늘어나므로 대법원의 업무처리 역량이 4배 정도 확대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형사사건에 고법 상고부… 민사사건에 상고심사제 도입 방안”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에 따른 상고절차도(형사사건). 제공/심정희 국회사무처 이사관(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

심정희 국회사무처 이사관(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은 고등법원 상고부와 상고심사제를 혼합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독일 입법례를 참고한 방안으로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의 상고절차를 따로 규율하는 방식이다.
 
심 이사관은 “형사사건에 대해 고등법원 상고부를, 민사사건에는 상고심사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형사사건의 경우 상고이유가 있는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을 기준으로 고등법원과 연방일반법원이 최종심을 나눠 분담하고 △민사사건의 경우엔 항소법원이 판결로 상고를 허가했거나 상고법원이 상고 허가 한 사건만 상고가 가능한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박노수 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하급심 강화 방안을 언급했다. 박 부장판사는 “변호사, 법학교수 등의 의견에 따르면 상고사건이 대법원에 많이 접수되는 주된 이유로 ‘하급심에서 충분한 변론과 방어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 절차적 만족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이라고 꼽았다”며 “사법부 예산 증액 시 ‘하급심 담당 법관 충원’에 예산이 가장 먼저 지원돼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하상익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 김종우 대전지검 부장검사, 김관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심석태 세명대 교수, 성창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등이 참석한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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