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주택금융공사(HF공사)의 'u-보금자리론'을 독점 판매 중인
기업은행(024110)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다른 은행이 꺼려했던 상품을 판매해 대박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HF공사 역시 보금자리론이 안착하면서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 시중은행 모두 거절한 '미운 오리'
'u-보금자리론'은 지난달 14일 HF공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상품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다. 27일 현재 금리설계형은 최저 연 3.51%, 고정금리 10년 만기형은 연 5.1%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4~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상품이다.
하지만 HF공사가 이 상품의 판매 활로를 찾고 있을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이 상품을 '미운 오리 새끼' 취급했다. 자기 은행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을 대놓고 판매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실제로 기존 보금자리론을 알아보려 은행을 찾은 고객에게, 은행원들은 이자가 비슷한 자기 은행 상품을 몰래 소개하곤 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은 보금자리론 판매와 관련해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했고, 수수료 인상은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서민 금융지원'이라는 보금자리론 본래 취지와도 어긋났다.
◇ 기업은행, 최소 10년 이상 개인고객 확보
이런 상황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백조'로 만든 곳이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HF공사와 협약을 맺고 ‘u-보금자리론’을 독점판매하기로 했다. 실적은 대박이었다.
지난달 13일 출시 후 이번달 26일 현재 총 4387건 5241억원의 대출이 기업은행을 통해 나갔다. 같은 기간 금융권 신규주택담보대출이 약 1조1000억원 가량이니 신규대출자 중 절반가량이 'u-보금자리론'을 이용한 셈이다.
여기에 HF공사가 다른 은행에 위탁 판매한 일반 보금자리론 판매 실적이 월 평균 3000억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기업은행 혼자 판매한 'u-보금자리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기업은행 통장 만들고 카드에 펀드까지?
이같은 배경에는 조만간 민영화와 지주회사 등 큰 변화를 앞둔 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다.
고객들이 이 대출을 받기위해선 기업은행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최소 10년 최장 3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은행은 '오래될 고객'을 확보하고 카드, 펀드 등 부수적인 영업도 가능해졌다.
지난 19일 기업은행은 주영래 경영전략본부장을 개인고객본부장으로 발령냈다. 보금자리론 판매로 한껏 달아오른 개인 고객들을 좀 더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기업은행 스스로 광고비를 들여 HF공사의 'u-보금자리론' 광고에 나서기도 하는 등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이지만 민영화와 계열사 편입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어 개인고객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올해 안에 개인 고객 10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여신이 많아져야 한다"며 "개인금융의 은행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HF공사의 한 임원은 "기업은행의 혜안(慧眼)에 놀랐다"며 "공사는 은행 영업망을 통해 판매실적을 올리고 기업은행은 개인금융을 늘릴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u-보금자리론 판매로 은행 창구가 북새통이 됐다"면서도 "자연스레 카드와 핸드폰 번호 연계 통장 등 관련 상품을 묻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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