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두 날개로 날 수 있을까
2021-05-28 06:00:00 2021-05-28 06:00:00
'사상의 은사' 고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두 날개는 정치적 이념으로서의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볼 때 균형이 중요하다는 진부하면서도 매우 평범한 진리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해방 후 한국 정치사는 엄혹했던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1990년대 문민정부 출범으로 바야흐로 실질적 민주화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에도 민주화냐 산업화냐의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연결됐고, 각종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념 대치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기저로 작용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과정에서 수구꼴통이나 내로남불의 단어는 상대진영의 표리부동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로 대표돼 왔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정치가 이념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모든 시민과 정치인 그리고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감정 타파 역시 이러한 지점과 맥락이 닿아 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불고 있는 이른바 '이준석 돌풍'은 매우 유의미한 정치적 사건으로 후일 평가되길 기대한다. 2030세대의 적극적 정치 참여의 단초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고, 앞으로 정치판이 상당한 강도의 개혁을 소화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석이라는 개인의 능력을 바라보는 잣대는 진영에 따라 계파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30대 정치인 부각은 과거 김대중·김영삼의 40대 기수론 이후 수십년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만큼 현실 정치의 벽이 높았고, 정치 신인의 성장이 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파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슬슬 진흙탕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중진들의 속내는 사실 뻔하다. '어떻게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새파란 이가 대선을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가 핵심이다. 이는 정치판에서 30대와 40대는 어린애로 보는 심리가 바탕이 돼 있다. 문제는 이번에는 그 양상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에서 당 중진을 중심으로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었던 스포츠카이냐 전기차냐라는 논란은 오히려 이준석 효과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에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애꿎은 '장유유서' 발언으로 돌팔매를 맞았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꼰대정당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파장이 상당했다. 
 
어찌됐건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내는 진짜 청년이 현실 정치판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가 가진 개인적 역량과 시대를 보는 정신은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서 당원과 국민들에 의해 하나씩 검증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진보진영에서 그 동안 수없이 많이 등장했던 청년 정치인들이 잠깐 빛을 발하고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청년의 비중이 보수진영보다는 높은 진보진영인 만큼 보다 내공있는 청년 정치인이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준석 돌풍으로 보수진영에서 촉발된 청년 정치가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균형의 양 날개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목소리가 견고한 현실정치의 벽을 뚫고 나와야 한다. 다양한 세대 특히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균형의 정치가 한층 더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권대경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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