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숨통 더 조이는 미국…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동
반도체업체 인수 나선 중국에 '딴지'…산업 주도권 확보 포석
2021-06-03 06:02:15 2021-06-03 06:02:15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가운데 중국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고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와이즈로드캐피털에 인수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CFIUS는 재무부, 국방부 등 17개 정부부처 대표들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심사한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 3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 컨소시엄과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거래 규모는 14억달러(1조5890억원)에 달한다. 
 
로고/뉴시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C) 분야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릴 복안이었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소는 한국에만 있다. 미국에는 공장이나 직원이 없고 모든 지식재산권(IP)도 국내에 귀속돼 있다. 중국이 매그나반도체 인수를 위해 CFIUS로부터 승인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력 제품인 OLED DDIC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딴지를 걸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매그나칩반도체 측은 "미국에 자산이 없어 CFIUS로부터 심의를 받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CFIUS에서 요청한 만큼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중국 푸젠 그랜드 칩(FGC)의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Aixtron) 인수를 막았다.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6억7000만유로에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딜을 포기했다. 당시 기준으로 미국이 보안상의 이유로 중국의 사업 활동을 막은 것은 세번에 불과했던 만큼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독일은 딜에 대해 승인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재심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오는 4일(현지시간) 반도체를 대상으로 100일간 진행한 공급망 조사를 마무리한다. 결과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언제 공개할지 알려진 게 없지만 국제 공급망을 재편할 목적으로 진행해온 만큼 중국 견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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