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세계 1위 면세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 면세점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막판까지 입찰가를 저울질할 전망입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이 오는 28일 마감됩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입찰 참여를 놓고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죠. 이번 입찰에는 대기업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069960)면세점이 참여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중소·중견 면세점도 입찰 마감 시한까지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경복궁, 시티, 그랜드면세점 3개사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안서는 거의 다 준비했지만 입찰가는 아직 고민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업계의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 면세점의 입찰 참여 여부입니다. 세계 1위인 CDFG는 최근 국내외 브랜드로부터 입점 확약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설명회에 CDFG 관계자가 참석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중국 하이난성 CDFG 면세점(사진=CDFG)
물론 CDFG의 사업설명회 참석이 입찰 참여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지만 CDFG는 업계 예상과 달리 입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t1 및 t2 면세사업권 운영사업 신규사업자 선정' 공지사항에는 입찰과 관련한 CDFG의 8개 질의와 이에 대한 공사 답변이 담겼습니다. △면세업 매출실적 증빙 서류 △제안서 글꼴 크기 △세부 보증 조건 △영문과 한글 버전 등 질문이 구체적인데요.
또 여기에는 '제1여객터미널 DF-P5-29의 도면 파일과 관련해 정확히 수정된 부분을 알려달라'며 DF5를 염두한 듯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D5는 부티크를 취급하는 사업장입니다.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하이난성을 주요 거점으로 성장한 업체입니다. 한국 면세 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격히 축소된 데 반해 중국은 내수를 앞세워 면세시장 규모 자체가 커졌고 덕분에 CDFG는 2020년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런 CDFG가 입찰에 참여하고 사업권을 따낸다면 국내 면세산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국업체의 참여로 입찰가가 높아져 BEP(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늦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 면세점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면세점을 운영한다고 하면 국민 정서상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국민의 반중감정이 고조됐는데 이를 무시하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 입장에서 중국 업체를 면세점 사업자로 낙찰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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