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점차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속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38.7%에 그친 반면, 미흡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61.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디지털 전환이란 AI·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을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등 업무 전반에 접목시켜 기업의 운영을 개선하고 가치를 혁신하는 제반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평가. 그래픽/대한상공회의소
부문별로 대응수준을 보면 비대면 회의, 온라인 보고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수행(잘한다 64.2%·미흡하다 35.8%)’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잘한다 52.3%·미흡하다 47.7%)’하는 부문도 긍정적 평가가 앞섰다. ‘디지털 인재 육성’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방식에 디지털화가 많이 진전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 수준은 아직 미흡한 편”이라고 평가하고,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낙후된 제도·사회 인프라(35.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법제도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교육인프라가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 내부문제를 걸림돌로 언급한 직장인도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변화의지 부족(31.8%)’과 ‘경직된 조직문화(20.5%)’, ‘기술력 부족(9.6%)’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우려. 그래픽/ 대한상의
디지털 전환으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디지털 양극화’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1.7%로 가장 많았다. 노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직장과 사회생활 적응도 문제가 있지만, 디지털 기술 활용에 있어서 업종간·기업규모간 간극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데이터 유출 및 사생활 침해(28.1%)’와 ‘일자리 감소 및 불안(22.2%)’을 꼽은 직장인들이 많았으며, ‘소통·협업 감소(7.9%)’를 우려하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디지털 신기술이 전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직장인 개개인이 체감하는 일자리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이 평생직장 시대에서 평생직업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말했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기업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일자리 유지(35.1%)’를 우선 지목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직장인이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유휴인력의 정리와 재배치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디지털 양극화 해소(27.5%)’와 ‘도전정신 등 신기업가정신 발휘(20.9%)’, ‘사회와의 소통 강화(14.9%)’ 등도 디지털 전환시대에 기업이 해야 할 역할로 꼽았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