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은 매수 기회?…매도 리포트에 매수하는 개미들
저점 매수 기회 삼았으나 평균 매수도 회복 못해…"변동 폭 큰 종목, 타이밍 투자 리스크 커"
2021-06-09 06:00:00 2021-06-09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증권가 리포트와 공방전을 치루고 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배터리시장 과열과 기업공개(IPO) 등을 이유로 LG화학과 삼성SDI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지만, 개인들은 매수로 일관하고 있다. 매도 리포트에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0거래일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LG화학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6일 크레디트스위스(CS)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로 모회사인 LG화학(051910)에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매도’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도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크게 낮춘 바 있다.
 
매도 리포트가 나온 지난달 26일 LG화학의 주가는 6.73% 급락했으며, 10거래일간 9.42%나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4조2000억원이 증발했고, 시총 순위도 NAVER(035420)에 역전 당하며 3위에서 4위로 밀렸다. 
 
CS의 매도 리포트에 LG화학 주가는 크게 출렁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LG화학을 대거 매수했다. 5월26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LG화학으로 총 5065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주가가 급락한 26일에는 하루 만에 3080억원을 순매수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같은 투자 전략은 다른 종목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모건스탠리는 삼성SDI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목표 주가를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낮췄다. 
 
해당 리포트가 나온 다음 날 삼성SDI(006400)의 주가는 곧바로 하락했고, 전 거래일 대비 3.91% 하락한 61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 개인은 삼성SDI 주식을 1921억원 순매수했고,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도 공격적 매수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17일 KB증권은 메리츠화재(000060)메리츠증권(008560)의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행했다. 국내 증권사의 이례적 매도 리포트에 리포트 발행 당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각각 16.78%, 13.83% 급락했다. 개인은 이날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각각 201억원, 160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 순매수 12위, 14위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의 종목별 매수세가 매도 리포트 발행 시기에 집중된 것은 해당 시점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10거래일간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두산중공업(034020)을 제외한 LG화학, POSCO(005490), LX홀딩스(383800), 삼성SDI(006400) 모두 근래 하락세가 두드러진 종목이었다.
 
다만 급락주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현재 수익실현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한 5월26일 개인은 LG화학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는데, 이날 개인의 LG화학 평균 매수단가는 84만6407원으로, 아직 평균 매수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삼성SDI의 경우 개인 지난 3일 평균 매수가(61만6490원)를 회복했으나 이날 1.13% 하락하며 다시 평균 매수가 밑으로 내려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급락주를 매수할 경우 기업의 펀더멘털을 기본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 업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변동 폭이 큰 종목에서 저점매수 타이밍을 잡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며 “LG화학 등 2차전지 관련 업종은 모멘텀이 나쁘진 않지만, 이익 추정치 상향과 업황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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