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AP헬스케어(전
에이프로젠 H&G(109960)) 주가가 급락하면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AP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채무상환 목적의 자금조달을 계획을 밝혔는데요. 주주 배정을 건너 뛰고 곧바로 일반공모로 직행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또 주가가 액면가 부근까지 하락한 탓에 일반투자자들의 유증 참여 유인도 줄어 흥행 여부 역시 불투명해졌습니다.
주주가치 훼손 큰 일반공모 유증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P헬스케어는 5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정 발행가는 505원이며, 발행주식총수의 86.73%인 9900만여주를 발행합니다. 유증 목적은
에이프로젠(007460)과 공동개발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96 개발을 위한 운영자금 384억원과 채무상환자금 110억원, 기타자금 6억원 등입니다.
AP헬스케어는 이번 유증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은 주주배정 방식보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훼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모 유증의 경우 주식가치 희석을 감안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에 따라 기준주가 대비 최대 30%의 할인율을 제공하는데,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청약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주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들에게 먼저 보유지분에 비례한 청약권리를 주게 됩니다. 유증 참여 계획이 없는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증서를 매도해 유증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신주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보호해주는 셈입니다. 반면 일반공모 방식의 경우 신주인수권증서가 발행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청약 우선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AP헬스케어는 유증에서 기준가 대비 20%의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AP헬스케어의 신주발행 물량은 발행주식 총수의 86%에 달합니다. 늘어난 신주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당 의결권 가치도 그만큼 희석돼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더구나 시가 대비 20% 저렴한 신주가 발행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은 신주발행 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까지 감당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기존 주주 희생 강요
기존 주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유증에 AP헬스케어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AP헬스케어는 유증 공시 다음날 14.33% 급락했습니다. 이달 초 717원에 거래됐던 주가는 유증 공시 후 최저 523원까지 빠지며 27.06%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AP헬스케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증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AP헬스케어는 유증에서 기준가 대비 20%의 할인율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상법에 따라 액면가(500원) 이하로는 신주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P헬스케어의 예정발행가인 505원 역시 이사회 결의일(9월20일) 직전일을 기산일로 산정된 가격(할인전 630원)입니다. 지난 7일 종가인 553원 기준 20% 할인가는 442원이지만, 실제 발행가는 500원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주가 대비 할인율이 10%에 불과합니다. 단기차익 실현을 위해 유증에 참여하기에는 오버행 부담이 큽니다.
청약 직전 주가로 발행가 확정…변동성 주의
시장 일각에선 AP헬스케어의 발행가액 확정방식을 들어 청약 전 인위적 주가 부양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AP헬스케어의 경우 청약 직전 3거래일 주가가 오를 경우 유증 발행가액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공모 유증을 진행할 경우 세 차례의 가격 산정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신주배정일 전 1주~1개월 평균 주가를 통해 1차 발핵가액을 확정하고 △구주주 청약일 전 1주~1개월 평균 주가를 통해 2차 발행가액을 확정합니다. 마지막으로 △1~2차 발행가액과 청약 직전 거래일 주가의 60% 중 낮은 가격을 확정 발행가액으로 정하게 됩니다.
다만 AP헬스케어의 경우 이 같은 과정을 모두 생략했습니다. AP헬스케어의 확정발행가액은 △청약일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 3일간의 평균 주가에 20%의 할인율을 제공하게 됩니다.
AP헬스케어의 발행가액 확정 방식이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증발공 개정에 따라 주주배정 증자시 가격산정 절차가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시장 혼란 우려와 기존 관행 등을 감안해 여전히 세 번의 발행가액 확정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재 공모 유증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발행한 19개 상장사 중 17곳이 이 절차를 따라 발행가액을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 유증에서 발행가액을 확정할 때 여러 절차를 거치는 것은 과거 관행도 있지만 가격산정일 급격한 변동성을 우려한 조치이기도 하다”면서 “특히 시가총액이 낮은 일부 기업들의 경우 유증 발행가액을 높이기 위해 가격산정일 직전 호재성 자료 발표하는 등 주가부양에 나서는 경우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증 흥행에 실패할 경우 AP헬스케어의 자금조달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유증은 실권주 인수계약이 없는 모집주선인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증권 발행 규정 상 인수계약이 없는 실권주는 발행할 수 없습니다. 일반청약에서 경쟁률이 미달할 경우 남은 실권주는 주관사가 인수하지 않고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에 AP헬스케어가 조달하는 자금도 그만큼 줄어들 전망입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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