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의약품 심사 국제무대 기준과 겉도는 식약처
2021-06-13 06:00:00 2021-06-13 06:00:00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 의약품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했다. 당시 식약처는 최단 기간 정회원 가입을 자랑하며 국내 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확실한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통상 PIC/s에 가입한 국가 간 의약품 수출 시에는 일부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GMP 상호 인증을 체결하면 의약품 수출 과정에서 제조업체에 대한 실사도 면제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유럽을 포함해 다지역 국가들과 GMP 상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약 6년이 지난 지금 식약처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PIC/s 가입이 국내 의약품의 세계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을 미국 등 의약 선진국에 수출할 때 PIC/s 가입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기구의 정회원으로 가입했으면서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건 PIC/s뿐이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했다. ICH는 의약품 안전성, 유효성, 품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하는 의약품 규제분야 국제협의체다.
 
ICH 정회원 가입은 미국, 유럽 등 의약 선진국과 같은 국제적 지위를 얻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제약기업 수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PIC/s, ICH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KP(대한민국약전)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진출에 애를 먹는 것과 달리 해외 기업은 의약품 수출 시 식약처 덕을 톡톡히 봤다.
 
식약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알츠하이머 진단용 방사선의약품 '비자밀'과 '뉴라체크'를 허가했다. 두 제품은 GE 헬스케어, 라이프 몰레 큐어이미징이 개발한 것으로 별도 임상시험 없이 허가를 받았다. 반면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돼 국내에서 임상을 마친 국산신약은 신약허가신청 이후 승인을 받기까지 500여일이 걸렸다.
 
국제기구에 잇달아 가입한 것은 어느 기구의 정회원이고 얼마나 빨리 가입 절차를 마쳤는지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현될지도 모를 기대감을 표출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말로만 이뤄지지 않듯 당국의 지원 역시 선언에만 그치면 의미가 없다. 국제기구 정회원이라는 이점을 살리려면 그만큼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의약품 심사에서 국제무대를 겉도는 대신 처음 내비쳤던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때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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