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백신 생산 허브' 한국의 역할을 알리고 국제무대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한국의 백신 생산 허브 역할이 다자무대에서도 인정받으면서 G7 국가를 상대로 백산 생산기지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대중 견제와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정부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등은 과제로 남았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끝난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주요 정상들을 상대로 백신 허브로서 한국의 입지를 다지는데 외교 역량을 집중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한데 이어 우리 정부의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G7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와 만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언급하며 아스트라제네카도 한국의 생산여건을 전 세계 백신 공급을 위해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유럽의 백신 기술력과 한국의 생산능력의 결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백신 파트너십 제안은 양자회담에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 보유 백신 회사들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한국과 영국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 입지를 다진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백신 관련해서 한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의 모더나 측 기술 받아서 우리가 생산기지가 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한미에만 허용된 것이라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가 될 수 있을지 했는데 이번에 G7 국가로 한국의 (백신) 생산기지가 상당히 확대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G7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확연히 달라진 한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을 확인했다는 것도 정부의 성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협력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진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되면서 사실상 'G8'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유럽 정상들의 지지를 재확인 점은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존슨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공동성명에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준수' 등이 함께 명기됐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마 북한은 낮은 수준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짚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북미 대화나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G7 국가들이 신장, 홍콩, 남중국해 등을 거론하며 대중 견제에 나선 것은 부담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중국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며 대중 견제를 위한 국제 공조 토대를 확보했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기조로 사실상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반중국 연대'에 나서는 인상을 준다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현욱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대중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에 계속 협력하고 참여해야 하는데 그런 상태에서 대중 관계, 한중 관계를 어떻게 적절히 관리하느냐가 추후에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정상의 짧은 만남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이 일본 측의 거부로 무산된데 이어 일본이 한국을 포함한 G7 확대에 반대의 뜻을 밝히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현안은 강제징용 문제인데, 일본은 우리 정부가 일종의 정치적 용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한국과) 손을 잡고 관계 개선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 일본 내 여론의 지지가 없고 스가 정부도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결정을 내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트레게나 캐슬 호텔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와의 회담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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