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유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 백신 접종 확대에 항공업계가 속속 운항 재개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정유화학업종 회복 기대감과 맞물린 호재에 정유업계 역시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추진 계획 방침에 항공유 수요 회복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지부진한 정제 마진 속 전반적 수요 회복에 기대를 거는 정유업계 입장에선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던 항공유 소비 회복이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전 산업계를 휩쓴 지난해 항공업계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방역이 강화되며, 각 국을 잇는 하늘길이 끊기거나,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기 원료인 항공유 소비 역시 쪼그라들었다.
국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유 국내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4.2% 감소했다. 휘발유와 경유 역시 2.4%, 4.9%씩 줄었지만, 전체 석유제품 수요 감소율이 6.2%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감소폭이다. 잔혹사는 올 1분기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전체와 비교해 그 폭 자체는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1.9%의 감소세를 보이며, 전체 석유제품 수요가 0.9% 증가한 것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기 중인 항공기들. 항공업계는 최근 해외여행 재개에 대비해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거나 재개 중이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주요국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선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순차적으로 가능해지면서 항공노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만 놓고봐도 정부가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 단체여행을 중심으로 한 해외여행 허용을 추진 계획을 밝힌 상태다. 비록 전 국가 및 지역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음 달 15일까지로 연장하긴 했지만, 방역 상황과 백신접종률에 따라 부분 해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누구보다 급했던 항공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다음달 24일부터 1년4개월 만에 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지난해 3월 블라디보스토크 정기편 재취항을 신청한 대한항공 등 국제선 노선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저가항공인(LCC) 티웨이항공(괌, 사이판)과 에어서울(9월) 역시 7월과 8월 괌과 사이판 노선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때문에 항공유 소비 역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겠냐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수익성 지표인 마진 개선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 회복 기대감을 이어 온 정유업계 입장에선 반색할 만한 요소다. 업계는 수요 회복에 따른 선제적으로 비중을 조절하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체 제품 생산량과 저장 등의 복합전인 사항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수요 회복을 기대해 당장 항공유 생산량을 늘린다거나 하는식의 대처는 없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항공유 수요는 전체적으로 눈에 띄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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