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비정유 사업 부문 호조에 견조한 실적 달성에 성공한 정유업계가 신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친환경 석유화학 시설부터 전기차, 수소에 이르는 영역확대를 통해 탄소중립 시대 수익성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와
S-Oil(010950)은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기록했다. 올 들어 꾸준히 오른 국제유가 역시 호실적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지만, 윤활기유 등의 비정유 부문 활약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에만 6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회사는 물론 지주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매출액 역시 36.1% 증가한 9조4805억원을 기록됐다. 1분기 대비 유가 상승폭이 축소되며 재고평가이익은 줄었지만, 제품 수요증가 속 윤활기유 마진이 크게 증가하며 수익성을 이끌었다. 실제로 2분기 영업이익 2657억원 가운데 34.6%에 해당하는 921억원이 윤활기유로 정유사업 909억원 보다 높다.
S-Oil 역시 윤활기유가 사상 최대 상반기 영업이익을 이끌었다. 상반기 잠정 매출액 12조588억원, 영업이익 1조2002억원의 S-Oil 실적 가운데 윤활기유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8%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39.4%로 41.2%의 정유사업과 유사한 수준이다. 정유사업 부문 매출 비중이 71.7%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셈이다.
주력사업 외 영역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정유업계는 신사업 무게감 더하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11월부터 친환경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을 가동한다. 납사는 물론 부생까스까지 활용해 연간 폴리에틸렌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가능한 시설이다. 자연스럽게 비정유 무게감도 커질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이사회를 통해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90%를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2030년까지 3대 친환경 미래사업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45%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해당 자금은 화이트 바이오와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된다.
S-Oil 울산 RUC&ODC 설비. 사진/S-Oil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운영 안정화로 상반기 비정유 사업 영업이익을 늘린 S-Oil은 최근 적극적 지분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지분투자계약을 체결한 FCI를 통해서는 수소경제 핵심으로 꼽히는 차세대 연료전지 분야 진출에 도전한다. 초기 투자를 통해 지분 20%를 확보함으로써 국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만큼, 수소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수소사업 전반적 진출을 노리는 S-Oil 입장에선 산업 진입을 위한 전략적 협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 지분 투자를 단행한 국내 스타트업 범준이엔씨와는 정유공장 부산물인 유황의 수요처 확대를 도모한다. 범준이엔씨는 유황을 원료로 고성능 아스팔트 생산용 유황개질제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S-Oil은 현재까지 범준이엔씨를 비롯해 △원프레딕트(AI 산업설비 예방진단 솔루션 기술) △아이피아이테크(폴리이미드 필름) △리베스트(플렉서블 배터리) △글로리엔텍(CDM사업) 등 총 5개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실시한 상태다.
이밖에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일찌감치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공격적 투자 단행 의지를 밝힌 상태고, GS칼텍스 역시 2023년과 2024년 완공되는 수소연료발전소 및 액화수소플랜트 건설 추진을 위해 동서발전, 한국가스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산업 중심에 있는 정유산업은 탄소중립 시대에 대한 고민이 커 상대적으로 일찍 대비해 온 상황"이라며 "기존 정유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면서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업계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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