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내연녀 집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면 주거칩입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주거침입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검사와 변호인,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 견해를 들었다.
내연녀 승낙 받고 들어간 피고인 무죄
이날 전원합의체가 심리한 사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피고인이 내연 관계 여성의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집에 3차례 들어가 해당 여성과 부정한 행위를 한 사건이다.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내연남이 피해자 아내의 승낙을 받고 평온하게 들어갔다는 이유다.
또 다른 사건은 부부싸움 후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의 부모가 현관문 걸쇠를 부순 사건이다. 사건 당시 집에는 아내의 동생만 있었고, 아내가 귀가하면 찾아오라며 세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원심은 남편 무죄, 걸쇠를 부순 부모는 유죄로 판단했다. 남편은 공동거주자여서 주거침입죄 성립이 안 되지만, 그의 부모는 아내 부탁으로 집을 지킨 동생의 양해를 받지 못했고 주거의 평온도 깨트렸다고 봤다.
쟁점은 타인이 공동 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현장에 다른 거주자가 없을 경우 그의 법익이 침해 되는지다.
지난 1984년 대법원 판례는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 의사에 반할 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내연녀 남편이 없는 집에서 부정 행위를 했다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부재중인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이 깨어지지 않아 주거침입죄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쟁이 이어져왔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주거침입죄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연녀 남편의 추정적 승낙 기대 못해"
검찰은 피고인의 목적과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주거침입이 맞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남편의 부재 중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주거(내연녀 집)에 들어간 것으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추정적인 승낙을 기대할 수 없고 명시적 의사 역시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내의 내연남을 집에 들일 의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걸쇠가 부서진 사건도 다른 거주자 반대 의사가 명시적인데도 진행돼 주거침입이 맞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은 사건 당시 집에 있는 거주자의 의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존하는 거주자인 아내의 승낙이 있어도 주거 침입이 성립하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가 우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내부 문제에 대한 국가 형벌권을 제한해야 하고,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주거침입 유죄를 인정한다면 우회적인 간통죄 처벌이라는 논리도 폈다.
또 다른 변호인은 내연남이 유죄라면 그의 방문을 허락한 내연녀가 공범이 된다는 주장도 했다.
"오라는 사람 처벌 않고 들어간 사람만 처벌은 부당"
재판부는 구체적인 쟁점에 관한 의견을 검사와 변호사, 전문가에게 물었다. 민유숙 대법관은 당장 집에 없는 사람의 추정적 의사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검찰 측에 물었다.
검찰 추천 참고인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법익이란 개념은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며 "공동 거주자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고 (방문에) 동의했다면 동의한 거주자 의사는 보호해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거주자 한 사람 의사만 알고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견해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변호인은 "이 사건 피고인이 (내연녀가) '들어오라' 해서 갔지, 주거 침입을 인식 못했다고 한다"며 "들어오라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들어간 사람만 처벌하는 건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리 국민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내 행동이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느냐 아니냐를 생각하고 행동한다"며 "(피고인은) 그 거주자의 승낙만이 아니라 배우자가 같이 산다는 것을 알았다"고 맞섰다.
이동원 대법관은 피고인 측에 현재 있는 거주자와 그렇지 않은 거주자 법익에 우선순위가 다르냐는 질문을 던졌다.
피고인 추천 참고인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도 "들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현재 있는 거주자 입장에서 들어가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답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주거침입죄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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