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종필 라임자산운용(라임) 전 부사장과 TRS(총수익스와프) 구조를 설계하고, 라임 펀드 부실을 알고도 판매를 지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 KB증권 팀장 등에 대한 첫 재판에서 TRS 설계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TRS는 증권사가 펀드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태로, 수익률이 올라가면 문제가 없지만 손실이 나면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증권사로선 TRS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투자자에 비해 손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김동현)는 특정경제범죄법(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팀장 등 KB증권 임직원 5명과 이 전 부사장, KB증권 법인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KB증권 고객에게 전달된 제안서에는 라임 모펀드 테티스2호가 ‘A등급 우량사채’에 투자하는 것처럼 나왔으나 실제로는 무등급 사모사채 등에 투자됐다”며 “(김 팀장 등은) 이 같은 정황을 알면서도 감추고 이 펀드에 100% 편입된 167억원 상당의 자펀드를 판매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KB증권이 TRS 대출을 제공한 라임펀드가 현금 유동성 부족에 빠지자 김 팀장 등 임직원들은 KB증권 손실을 회피하고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펀드를 설정했다.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OEM펀드는 형식적으로는 타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수익자인 라임 펀드의 설정, 운용 등을 전적으로 지시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검찰은 또 “김 팀장은 2018년에서 2019년 4월경까지 자신의 직무정보를 이용해 투자회사와 자신이 실질 주주로 있는 법인 간 자문계약을 끼워 넣어 투자대상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취득하는 등 총 3회에 걸쳐 합계 4억원 상당의 사적 이익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 등 KB증권 임직원들이 순차적으로 공모해 TRS를 제공하면서 라임 펀드의 부실을 인식하고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투자자가 지도록 한 구조를 설계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내용이다.
KB증권 측 변호인은 “TRS는 금융기법 중 하나로, 레버리지를 통한 손실 부담이 높아지는 대신 이익도 커지므로 그 진폭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면서 “검찰이 여러 단편적 내용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추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인위적인 내용은 없다”맞받고 “모두 KB증권 자료와 워딩을 토대로 파악한 내용을 작성한 것인데 처음부터 이런 식이면 재판 진행이 곤란하다”고 반발했다.
이어 “TRS 자체가 위법 자체는 아니다”라면서도 “(수익률이) 좋을 땐 문제가 없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담보금을 걸어 투자하는데 여기서 TRS 증권사는 담보비율을 통해서 손실을 완전히 면할 수 있으나 투자자들은 2~3배 레버리지에 따른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사건 병합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 후 현재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남부지법에서도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며 “피고인으로서는 여러 사건에 기소되면서 병합 재판 받을 기회를 상실한 상태로, 다른 피고인들(KB증권 임직원들)과 분리해 (재판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전달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이 전 부사장은) KB증권 사건과 연루된 관계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재판부는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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