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 내부의 노노 갈등이 올해 임단협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년연장 등의 협상안을 두고 기성세대 중심인 기존 대표 노조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젊은 직원들이 의견 마찰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지부장들이 청와대 앞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 연장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노조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현대차 대표 노조와 사측의 임단협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양측은 지난 22일 열린 9차 본교섭에서 임금 차등지급 금지, 산업보건센터 설치, 심혈관계 질환 및 직무스트레스 예방대책 마련 등 사전 실무교섭 시 의견접근을 이룬 20개 조항에 대해서만 합의했다. 총 40개 조항 중 절반만 처리된 셈이다.
23일 오후 10차 교섭에서는 별도 요구안에 대한 쟁점 공방을 벌였고 이날 오전 11차 교섭에서는 임금, 성과급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 노사는 매일 속개되던 교섭 일정을 이번주가 아닌 다음주로 미뤘다. 12차 교섭은 29일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오늘부로 노조측 요구안에 대한 2회독이 완료됐고 더 이상의 논리공방은 무의미하다"라며 "사측의 변화 의지가 없으면 역대급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안을 두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MZ세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내부에는 지난 4월 1994년생 연구직 직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20~30대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최근에는 정의선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대내외적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인원 충원 이후 기존 노조와 별개로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들의 갈등 양상은 국민 청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등 완성차 3사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65세 정년연장 국회입법 찬성표를 받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서 30일 이내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이 해당 상임위에 공식적으로 회부돼 입법 심사가 진행된다. 이날 기준 1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반면 MZ세대는 정년연장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완성차 3개사 중 한 곳에서 근무중인 MZ세대 현장직 사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청원인은 노조의 정년 연장 청원 이튿날인 15일 "친환경차로 바뀌는 기로에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공급이 필요한데 노조는 변화하지 않고 본인들의 존속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라는 말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연장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준 해당 청원에는 34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도 생산직 근로자 대비 사무직 직원들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설립됐다. 이들은 정년 연장 합의 보다 성과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사무연구직 노조에 가입한 A씨는 "기본연봉이 아니라 '원천징수' 기준으로 5000만원도 되지 않는 신입사원 급여에 대리 말년차에도 원천징수 기준 7000만원에 못미친다"며 "주위 다른회사를 다니는 비슷한 연차의 사원·대리급들을 보면 현대차그룹에서 비교적 메이저그룹사라고 하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보다도 총급여가 3000만원 이상 높고 책임급들도 그 이상 차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급을 연봉의 50%씩 달라는 것도 아니고 급여를 몇천만원씩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회사 실적에 따른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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