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소프트웨어(SW) 혁신이 하드웨어(HW) 시장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대세론'이 굳혀지는 분위기입니다. 주인공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과거에는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성능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면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뀐 셈이죠. 이같은 흐름은 메모리,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관계없이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모두 관측됩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됩니다. 메모리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구분되는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에서는 모바일 D램과 서버용 D램의 생산량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챗GPT 등 대화형 AI의 진화로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하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D램, 서버용이 모바일용 추월…낸드도 마찬가지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비트(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 생산량에서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7.6%로 모바일용(36.8%)를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내년에는 서버용 D램 40.0%, 모바일용 D램 36.0%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죠. 이는 공급 과잉 상태인 모바일 시장과 달리 서버 시장은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과 관련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입니다.
마크 리우(Mark Liu) 트렌드포스 수석 연구원은 "D램 공급 업체들은 제품 믹스에서 서버용 D램 비중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며 "서버용 D램이 전체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안에 모바일 D램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낸드 플래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렌드포스는 수요 비트 측면에서 엔터프라이즈(기업용) SSD가 2025년까지 NAND 플래시 시장의 가장 큰 응용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1980년대 PC 호황기를 지난 이후 약 20여년간 메모리의 최대 수요처는 모바일이었습니다. 모토로라의 최초의 휴대폰을 시작으로 시작된 이같은 '모바일 전성기'는 2000년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는데요. 특히 이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D램과 낸드 시장 전세계 1~2위를 거머쥐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와 용량을 맞추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증설에 매진해 왔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AI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최신 SoC를 생산하기로 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나노경쟁 이유도 AI로 직결
비메모리 시장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비메모리는 통상 시스템반도체를 칭합니다. 삼성전자가 나노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파운드리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미세 나노 공정은 반도체 회로를 더 세밀한 붓으로 그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적은 숫자 공정일수록 반도체를 더 작고 성능이 좋게 만들 수 있는 셈인데요. 따라서 AI와 같은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전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는데요. 이는 파운드리 최대 경쟁자 TSMC(지난해 12월) 보다 9개월 앞선 시점입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구현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은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유리합니다. 따라서 3나노 GAA 공정은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50% 절감, 성능은 30% 향상, 면적은 35%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자율주행 Soc 납품 성공
이같은 기술력 확보는 결국 첨단 시스템 반도체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맡게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차량용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탑재되는 암바렐라의 최신 SoC 'CV3-AD685'인데요. 삼성전자의 첨단 5나노 공정 활용 등으로 인공지능 성능이 전작 대비 20배 이상 향상됐다는 후문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더 안전하고 꼼꼼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신 4나노 공정도 오토모티브로 확대하는 등 파운드리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며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에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PC, 스마트폰 등의 전반적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AI 반도체 등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챗GPT로 촉발된 AI에 대한 재투자 움직임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쳐서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분야의 최종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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