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무도한 행태', '소수 이권 카르텔의 권력 사유화', '책임과 윤리의식의 마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문재인 정부에 힐난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비판 수위는 이른바 '반문'을 통한 야권 주자의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라 분석하면서도, 구체적인 국정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해 대선 주자로서의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높은 수위로 비판한 배경을 정치평론가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문 선봉장'의 이미지를 확실히 드러내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향후 대선의 구도가 '친문' 대 '반문' 구도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윤석열 본인이 반문의 선봉장으로서 확실하고, 강력하게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자유'를 '22번'이나 강조하며 현 정부를 '독재'와 '전제'라고 상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자유를 유난히 강조한 것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자유롭지 못하고, 운동권을 중심으로 이념적으로 폐쇄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독재와 전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윤 전 총장이 국정 운영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최 원장은 "이번 대권 선언이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고 하더라도 정책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라며 "총장직 사퇴 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고 하지만, 단기간의 공부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이 앞으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느냐, 1위를 하다가 주저 앉느냐 갈림길"이라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정책 역량 부분이 윤 전 총장의 중요한 부분이자, 아킬레스건이자 장애물"이라며 "어제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을 "상당한 역량 부족을 드러냈고, 준비가 안 됐다"라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윤 전 총장의 문재인 정부 비판은 당연하다"면서도 "어제는 '윤석열의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지만 정부 비판의 자리가 아니었다. 정권교체하자, 반문연대하자 말고 내용이 없었다. 그것을 출사표라고 한 것은 자질 부족"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또 "윤 전 총장의 말을 보면 갈고 닦인 지적인 고뇌가 전혀 없었다"라며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의 나열 수준이었다. 공정이라면 어떤 공정인지, 자유민주주의라면 어떤 자유민주주의인지를 이야기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구체적인 향후 정치적 행보에 즉답을 피한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국민들은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궁금하다.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듣길 원한 것"이라며 "제3지대 정당이나 플랫폼을 만든다든지 국민의힘 입당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해야 했는데, 지난 번 이야기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정치평론가들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국정 경영 능력 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하며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사진은 29일 윤 전 총장이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