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주어진 1차 관문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이다. 1년째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이 지사는 대세론을 강조, 경선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자신한다. 하지만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 야권 주자 부각과 지지율 요동 등은 복병으로 꼽힌다.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억강부약(강한 사람을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다)'과 '대동세상', '공정사회'를 키워드로 강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적임자"를 내세웠다. 이는 2017년 첫 대선 도전 당시 출마선언문에서도 언급된 기조로, 5년간 이 지사가 줄곧 강조한 정치철학이기도 하다. 이 지사가 그간 정책과 철학을 갈고 닦았다는 의미로, 준비된 대통령 후보임을 천명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일단 여권 내 기세도 이 지사에게 나쁘지 않다.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줄곧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4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 지사 선호도는 22.8%로, 여권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8.4%)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렸다.
여론과 분위기도 좋다. 이 지사는 5월부터 민주평화광장, 성장과 공정포럼, 공명포럼 등 지지조직과 싱크탱크를 잇따라 출범시켰다. 민주당에서 이 지사를 돕는 의원들은 40여명에 이른다. 최근 경선연기론을 뚝심으로 돌파할 수 있었던 것도 지지조직을 기반으로 한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경선 통과까지 가는 길이 마냥 평탄한 건 아니다. 당장 5일 예정된 정세균-이광재 연대가 큰 변수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의 조직력, 이 의원의 친노 상징성이 결합하면 파괴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7월11일 예비경선 컷오프 전까지 네 번의 토론회에서도 주자들은 이 후보를 견제하고자 협공에 나설 전망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가 지지조직을 만들었다지만 경선연기론 갈등이 첨예했다는 데서 드러나듯 여전히 당내 기반이 약한 게 사실"이라며 "정세균과 이광재 단일화는 이 지사가 갖지 못한 조직력과 친노 지지라는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일화 후보가 이 지사와 경선 막판까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 주자들이 언제 어떻게 어떤 의제로 경쟁에 뛰어들지도 관건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9월5일까지는 67일 남은 상황이다. 야권 후보 등장과 그에 따른 이슈몰이, 전체 대선판의 지지율 요동 등이 이 지사에게 미칠 영향과 판세를 가늠하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날 오전 7시30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출마선언 영상 캡처
*6월 4주차 여론조사는 지난달 21~22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3만4939명에게 접촉해 최종 2014명이 응답(응답률 5.8%)했다. 무선(90%)과 유선(1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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