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추억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싸이월드의 귀환이 또 다시 늦춰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서비스 재개 일자만 벌써 3번째 미뤄지면서 자본력과 기술력 한계로 준비가 덜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싸이월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나온 여러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최근 싸이월드는 지난 5일 오후 6시로 잡았던 ‘자동 아이디찾기 서비스’ 오픈 예정일을 한달 뒤인 다음달 2일로 미뤘다. 중국발 해킹 공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싸이월드 운영권을 보유한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부터 5일 정오까지 총 110회 이상의 해킹 시도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82회가 중국발이었다.
싸이월드 메인 화면. 사진/싸이월드제트
연기일정이 미뤄진 4주 동안 싸이월드제트는 해킹과 관련한 보안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8일 <뉴스토마토>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싸이월드의 오픈일자를 계속 연기해 회원분들께 실망드려 송구하다”면서 “하지만 이번 로그인서비스의 연기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금융권 수준으로 보안시스템 격상하고 있는 중으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애초부터 제대로 준비해 서비스 재개 시점을 늦춰 발표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반응도 많다. 상장사 주가 띄우기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부터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형국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코스닥 상장사 5개 법인 컨소시엄이 올해 2월 임금체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제완 싸이월드 전 사장으로부터 10억원에 운영권을 인수해 설립한 법인이다. 현재 5개 기업중 의료기기 제조사
인트로메딕(150840)과 화학소재업체
스카이이앤엠(131100) 2곳만 공개돼있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주가부양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그런 목적으로 홍보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인트로메딕과 스카이이엔엠은 2월 싸이월드 부활 뉴스 이후 현재까지 싸이월드 뉴스로 주가가 오른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싸이월드 3D 미니룸. 사진/싸이월드제트
뚜렷한 수익모델이 부족하고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심이 잇따르자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오픈까지 전과정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순차적인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당장 오는 12일부터는 그동안 수십 차례 수정을 거쳐온 싸이월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공개된다.
싸이월드제트는 "사명감으로 싸이월드 부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정을 서두르다보니 연기를 번복했는데, 그럴 때마다 컨소시엄에 대한 자본력 유무와 실제 실행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짚는 기사에 상처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등기부등본상 회사에 납입된 자본금,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만 50억이고, 주주가수금 등 이미 70억이 투입됐는데 채무자가 돼버린 느낌이다"라며 "이제 다 보여드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싸이월드에 봉인된 데이터를 복귀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 서버는 SK텔레콤과 KT 2곳으로 분리돼있는데 상당수 데이터나 서버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서버가 8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복구기간 동안 많은 자금 투입해서 일부분을 서버 교체하며 복원했고, 서버와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Migration)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싸이월드가 지녔던 감수성의 특징을 꼽자면 도트 이미지로 만들어진 미니룸과 2등신 캐릭터 미니미(아바타)다. 싸이월드는 앞으로 재개될 서비스 역시 기존 싸이월드의 상징인 도트 이미지로 만들어져 아기자기한 '싸이월드 감성'을 이어나가면서도 별도로 3차원(3D)로 미니룸을 구현해 차별화했다고 예고했다. 이밖에 사진도 고화질로 변경하는 한편, 싸이월드 내에서 쓰이는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를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진화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미니룸에서 칭찬과 리워드를 강화한 재미있는 리워드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것"이라며 "예를 들면 미니룸에서 라방이 되고 쇼핑이 되는 방식으로 20~40대를 타깃으로 편리하고 흥미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달리 싸이월드는 '일촌'이라는 특수한 관계성을 맺는 방식의 폐쇄형 SNS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싸이월드제트는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개방형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싸이월드만의 폐쇄형 구조를 좋아하시는 팬들이 있다"면서 "지금 모두가 기다리시는 싸이월드는 폐쇄형을 위주로 해, 인스타, 페북과 차별화를 이룰 것"고 부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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