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외 보조금' 단속 …"한국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
무협 "심사·조사 대상 되면 많은 시간·비용 소요"
2021-07-22 08:46:21 2021-07-22 08:46:2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보조금 수혜를 입은 외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규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21일(현지시간) EU 역외보조금 규제에 대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보조금 규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 선의의 피해자가 돼선 안된다"며 "법률안에 포함된 '직권 조사(Ex officio review)' 규정이 조사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고 있어 유럽 정부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 입장문은 유럽에 진출한 300여개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유럽한국기업연합회 명의로 작성됐다.
 
EU 집행위는 지난 5월 '국내시장을 교란하는 역외 보조금에 관한 규정' 초안을 발표하고 이달 22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이후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최종 승인과 법안 발효를 앞두고 있다.
 
법률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유럽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공공조달에 참여하려면 최근 3년간 자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내역을 신고하고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미신고 시 매출액의 1~1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EU는 보조금에 따른 경쟁 왜곡이 의심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 같은 법안 제정에 대해 EU 주재 미국상공회의소(Amcharm)와 중국상공회의소(CCCEU)도 반대하고 나섰다. 미상공회의소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법안은 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국가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심사 자료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과 시간 지체는 결국 EU시장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상공회의소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할 게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법, 반독점법 등 기존 법안을 활용해 EU와 회원국 간 원활히 정보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빛나 무협 브뤼셀지부장은 "우리 기업의 경쟁사들이 해당 법안을 활용해 의도적인 조사를 요청하는 등 남용의 소지가 있고, 심사·조사 대상이 될 경우 자료 준비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소요돼 적시 투자·입찰 참여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우리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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