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국민의힘 1년전 절박함은 어디에
2021-08-19 06:00:00 2021-08-19 06:00:00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 '새해 목표' 쯤으로 세우는 계획을 실패할 때면 우리는 위와 같은 문구를 언급하며 웃곤 한다.
 
사람은 모두 실수를 하기에 저 말은 재미있게 소비될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년 1억에 달하는 세비를 받아가는 국회의원들이 선거에 패배할 때면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말하는 "저희가 잘못했다"는 말은 우습지 않다.
 
요즘 지난 4·7재보궐선거에 승리해 내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곧 똑같은 '사죄'(?)를 다시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던 그들, 2020년 총선 패배 후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며 허리를 숙이던 그들은 이제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0선 돌풍'을 일으키며 '혁신의 아이콘'이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한 당 중진들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2:2 토론배틀', '토너먼트 토론' 등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새롭다고 여겨진 내용들이 어느새 '경선에 개입하려하는 행동'이 되어 있었다.
 
함께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은 최고위원들 조차도 지도부가 권한을 위임한 경선준비위원회의 결정을 '당 대표 마음대로'라고 치부한다.
 
급기야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은 "곧 정리한다는 이 대표 발언의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며 당내 후보와 대표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선거의 제왕' 이라고 불리우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후보를 아무나 내도 내년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대선 후보 경선이 주도권 다툼으로 뒤엉키고 있다. 내홍 있는 정당이 혁신과 대안을 말하리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1년 전 "다시 시작하겠다"고 호소했던 절박함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민의당과의 합당에도 이르지 못했다. 야권은 다시 분열해 치열한 단일화 과정에 들어가야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은 '정권 교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당 선호도 조사에서 '무당층'의 비율은 여전하다. 야권은 투표지를 받은 유권자들의 손이 길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패배한 뒤에야 보여주는 '절박함'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문혜현 정치부 기자 mo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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