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법학교수회가 23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언론 자유가 사라질 수 있다며 국회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을 촉구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개정안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3배 이상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목에 대한 독립적 손해배상 청구, 고의·중과실의 추정 등과 같이 언론사 등의 책임을 매우 강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며 "민사 소송 절차와 직결된 규정이므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인 언론중재법에서 신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 절차에서 충분한 논의와 판례 등을 통해 형성해 나갈 문제"라며 "이번 언론중재법의 개정은 그 제정 목적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관련 분쟁이 촉박한 보도 과정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 △허위·조작 여부가 밝혀지는 데 재판 확정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명백한 오보는 형사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는 점 △권리 침해가 다수가 아닌 경우가 많아 알 권리를 위해 언론 자유와 독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의·중과실 추정은 통상 환경·의료소송 등에서 인과관계 증명이 곤란할 때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장치인데, 이를 언론에 적용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할 수 있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교수회는 "기준 손해액이 종전 법원 재판절차에서의 통상 인용액 500만원의 10~20배에 이르고, 거기에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통상 인용액 500만원의 100배까지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대형 언론사를 제외한 중소형 언론사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언론의 자유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게 될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 언론사만이 남게 되어 언론의 자유는 사라지고 언론의 독점은 더욱 강화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수회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고, 그것의 바탕이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정말 어렵다"며 "성숙한 국민들의 양식과 언론의 자정능력을 신뢰하여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친 후에 시간을 두고 그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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