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부채비율 200% 문턱…가상자산업계 '생존 시험대'
개정 특금법 시행으로 재무건전성·사회적 신용 심사 강화
사업자 절반, 부채비율 기준 미충족
"업종별 특성 고려한 기준 설정 필요"
2026-07-31 15:09:17 2026-07-31 16:53:2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에 재무건전성 기준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공개 재무자료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 절반이 새로 마련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자본 확충 여부가 사업 지속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2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 요건이 강화됩니다. 기존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등에 더해, 사업자의 재무상태와 대주주·경영진의 사회적 신용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최근 분기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건전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하고, 부실금융기관에 해당하거나 금융관계법에 따라 인허가 또는 등록이 취소된 이력 역시 없어야 합니다.
 
임원과 대표자에게는 금융회사 경영진에 준하는 자격요건이 적용됩니다. 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 업무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 전산설비 및 내부통제 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상당수 사업자가 재무요건을 당장 충족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지난해 말 재무자료에 따르면, 재무 현황이 확인되는 사업자 24곳 중 12곳은 부채비율이 2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자나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수익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융당국은 기존 사업자에게 1년가량의 준비기간을 부여할 방침입니다. 내달 20일부터 기준 미달 사업자의 영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기간이 끝난 뒤에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재무건전성 기준은 자본 기반이 취약한 사업자의 무리한 영업을 제한하고, 이용자 자산 피해 가능성을 줄이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가상자산을 보관하거나 이전하는 사업자가 경영난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이용자가 자산을 돌려받거나 피해를 구제받는 과정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래소와 수탁·지갑·보관·관리 사업자의 사업 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부채비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도 예상됩니다. 원화거래소는 이용자 예치금을 부채에서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반면, 보관관리나 인프라 사업자는 이용자 자산의 처리 방식과 수익 구조가 거래소와 다릅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은 "가상자산사업자는 업종과 사업 유형이 다양하고, 특히 보관·관리 사업자는 위탁받은 자산을 회사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며 "이런 사업자에게 거래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부채비율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기존 제도에 맞춰 사업해 온 사업자가 갑작스러운 기준 도입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에 내몰리는 것은 과도하다"며 "사업자별 특성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고 경과 기간도 넓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시장 진입과 생존이 자금 조달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금융회사나 대기업 계열 사업자는 증자와 투자 유치, 전문 인력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재무요건 강화가 부실 사업자를 걸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거래소와 금융·대기업 계열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비트코인 이미지. (자료=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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