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중동 수주 '뚝'…건설사 해외 텃밭 잃었다
코로나발 플랜트 발주 감소 영향…시장 다변화 성과도
2021-08-24 16:00:00 2021-08-24 1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 중동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해외 텃밭으로 꼽힌 곳이었으나 매출과 수주 비중 모두 감소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동 플랜트 발주가 감소한 데다, 건설사들이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 시장 다변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상반기 매출에서 중동 비중이 지난해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대우건설(047040)의 상반기 매출액은 4조1463억원인데 중동에서 발생한 금액은 2868억원이다. 6.9%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총 매출 3조9490억원 중 중동이 5249억원을 냈다. 13.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들어 6%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현대건설(000720)은 ‘중동·아프리카’에서 9844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상반기 총 매출액 8조5331억원 중 1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때는 총 매출 8조6030억원 중 중동·아프리카 금액이 1조3104억원으로 15.2%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비중이 감소할뿐 아니라 1조원 밑으로 매출 규모도 작아졌다.
 
DL이앤씨(375500)는 지난해에도 중동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았으나, 올해는 이보다 더 줄었다. 올해 상반기 총 매출 3조6219억원에서 중동 금액은 1670억원으로 나타났다. 4.6% 수준이다. DL이앤씨로 분할하기 전인 대림산업 시절이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중동 매출 비중이 5.3%였다. 
 
이라크에서 신도시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건설은 상반기 총 매출액으로 1조4651억원을 올렸다. 중동 매출은 3.3%에 불과한 49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매출 1조8533억원 중 중동 매출이 2964억원으로 15.9%를 차지했다. 
 
해외사업이 많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도 중동 비중이 줄었다. 상반기 매출 3조2266억원 중 ‘중동 및 기타’ 지역에서 1조2458억원의 매출을 냈다. 38.6%에 해당한다. 지난해 동기에는 41.1%였다. 
 
건설사들 사이에서 중동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건 시장 다변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산유국인 중동은 플랜트 사업이 많은데, 플랜트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 손실 리스크가 크다. 해외 사업에서 손실을 대거 본 국내 건설사들은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플랜트 사업 비중을 전보다 축소한 상황이다. 아울러 중동의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깎는 노하우가 쌓인 점도 건설사의 매출창구를 늘리도록 자극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중동 발주가 줄어든 점도 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동 지역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올해 해외건설수주 금액은 160억9119만달러인데, 이 중 중동 비중은 26.7%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 비중은 45%였고, 2019년과 2018년에도 각각 30%, 33.5%였다. 올해에는 30%대가 무너지면서 2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해외건설협회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과거 고유가 시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주요 산유국들이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용 및 집행하는데 따른 사업발주 물량 감소 및 발주 시기 지연으로 1분기 이후 대형사업 수주가 저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 감소와 시장 다변화 노력이 맞물리면서 중동 비중이 줄었다”라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해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면 중동 입지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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