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 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확인되자 의원직을 전격 사퇴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의 기자회견장까지 찾아와 사퇴를 만류했다.
윤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을 다시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 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것이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 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또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비록 제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 후보들과 치열하게 싸워온 제가 국민들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저를 성원해 준 당원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이 시간부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고 했다.
앞서 권익위는 윤 의원의 부친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세종시에 농지를 구매했지만,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도록 한 다음 매년 쌀 7가마니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부친이 서울 동대문구 주소지를 세종시 전의면으로 옮겼다가 다시 동대문구로 전입했다.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권익위는 판단했다.
윤 의원은 이번 권익위 조사에 대해 강한 불신으로 드러냈다.
윤 의원은 "권익위 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독립 가게로 살아온 지 30년이 되는 친정 아버님을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번 권익위의 끼어 맞추기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것을 다시 보여준다"며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다.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비록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지만 정권 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직접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윤 의원의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당에서는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대선후보 중도하차를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과거 우리 당 모 대선 후보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도 연좌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며 "어제 권익위 조사 결과를 보면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되지 않는 것들이거나 의원 개인이 소유관계나 행위 주체가 아님에도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를 했다"고 했다. 이어 "야만적이다. 이런 표현을 쓰겠다. 윤 의원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 조사에서 가족의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확인되자 의원직을 전격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 의원을 찾아와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같은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은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그거였다"며 사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의원은 '지역구민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어제 지역구민을 만나 상황을 알렸다"며 "(이후) 집에 가서 보도를 보며 마음을 굳혔다. 당이 날카롭게 싸울 운동장을 허물 수 없다고 느꼈다. 이런 마음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