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SBS가 설 연휴 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제거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한 것은 부정적인 편견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방송사의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 및 모자이크 처리한 영화 상영 등이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진정사건과 관련해 성소수자 집단을 향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일 밝혔다.
SBS는 지난 2월13일 설 특선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송했다. 영화 속 머큐리와 그의 연인이었던 짐 허튼의 키스신 두 장면을 삭제하고, 배경 속 남성 보조출연자들의 키스신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성소수자 단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동성애를 마치 폭력, 흡연과 동일하게 유해한 것이라고 보면서 임의로 편집한 행위는 명백하게 성소수자를 차별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SBS측은 인권위에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방송한 것을 문제 삼은 점을 기준으로 했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위는 “SBS가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행위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유해한 집단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해당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진정사건들은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아울러 인권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기준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평등하게 재현되고, 이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되며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과 가치 실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영화 보헤미안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배우 라미말렉. 프레디 머큐리는 영화에서 동성의 연인과 키스를 나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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