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이 의뢰 받은 아파트 전세 계약을 남편 명의로 맺어 부당 이득을 얻은 공인중개사가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공인중개사법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인중개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인중개사법 33조 1항에서 정한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전세보증금 3억9000만원에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임차인란에 자신의 남편 이름을 적고 해당 명의로 아파트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중개 의뢰인과 직접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위임 받아 전세 계약을 맺었으므로 직접거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남편과 경제적 공동체 관계이고 해당 아파트에 실제 거주한 점,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자신의 남편임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대인으로부터 아파트 중개를 의뢰 받고, 임대인이 전 임차인의 전세금을 빨리 반환해줘야 하는 입장이어서 희망하는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새 임차인을 구한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직접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임차하는 이익을 얻어 직접 거래 금지 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업 공인중개사로서 자신에게 중개를 의뢰한 임대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이 성사되도록 하지 않은 채, 남편 명의로 전세 계약을 체결해 임대인에게 손해가 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며 "직접 거래가 아니라고 변명하나 남편과 함께 거주하면서 전세계약의 권리를 향유하는 등 실질적으로 직접거래 상대방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따랐다. 다만 A씨가 범행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벌금을 250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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