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기조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아직 유례없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통화 정책화를 강조하고 나선 데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빚,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흐름 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금리는 오를 일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영끌', '빚투'로 대변되는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한은이 이번 금리 인상 단행에 나선 주요 목적은 금융 불균형 해소에 있다. 현재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가 간 괴리가 심각하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풀린 유동성, 가계부채 등이 추후 국내 경제 침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이번 금리 인상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등하는 '집값 안정 카드'로 활용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좀 더 나쁘게 말하면 정부가 막지 못하는 집값 문제를 통화 당국의 금리 인상으로 떠넘긴 듯한 인상마저 들 정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값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하는 등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껴야 할 재정 당국 수장이 이례적으로 긴축 통화를 공식 석상에서 강조한 셈이다. 이번 금리 상승 단행이 단지 금융 불균형 해소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님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꺾일 줄 모르는 집값 상승에 대해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이론적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주택 수요자는 높아지는 이자 부담으로 주택 매매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수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한 원인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매수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완화된 점도 분명 한몫 한다.
문제는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이 이 원론적 논리가 적용되는 정상적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금리 장기화가 수요층의 매수 심리 장벽을 분명 낮추기야 했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재 주택 가격 인상은 수요층의 눈높이를 외면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 탓이 크다. 지난 4~5년간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누적되면서 거래 경색을 일으켰고, 수요층이 선호하는 물량들이 적시에 공급되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영끌에 나선 수요층이 대출 및 이자에 대한 부담보다 집값 상승에 대해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예상하는 수준의 집값 안정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기에는 현재 우리 경제의 체력이 받쳐주질 못한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급 계획을 밝히는 등 주택 시장을 바라본 고집을 한풀 꺾은 것은 다행이지만,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반짝 카드로 내밀기에는 금리 인상이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날 이주열 총재가 밝혔 듯 집값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김충범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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