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부가 백신 접종 완료 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을 완화하는 ‘백신 패스’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백신 패스를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정부가 백신 부작용을 무시하고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것.
정부는 현재 내달 초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의 방안 중 하나로 미접종자들의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행사 참여를 제한하는 형태로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신 패스는 식당,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 사용하는 인증 수단으로,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앞서 7월21일부터 문화 및 여가 시설인 극장, 영화관, 미술관에 가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48시간 이전에 한 진단검사 음성 결과 및 감염 후 치유를 증명하는 문건인 '건강 패스, 위생 통행증'을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사진/뉴시스
백신패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접종 기회를 부여받지 않았던 저연령층 또는 접종을 선택에 맡긴 청소년층은 백신 패스 제한의 예외로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일부 연령층은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이냐는 찬반 논란이 거세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현 상황은 백신이 답이 아니다. 더구나 개인 질환이나 체질, 알레르기 부작용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데 무조건 강제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는) 사회 분열과 인간 기본권 침해로 위헌소송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도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백신 패스 도입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도 백신 패스 의무 인증을 시행하려 했으나 시민과 정치권 반발에 밀려 계획을 철회 했다.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에서도 ‘보건패스’와 ‘그린 패스’라는 이름으로 백신 접종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초기 도입 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인증하거나, 유전자 증폭 검사 48시간 이내 음성 판정자, 혹은 확진 뒤 완치자임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짓밟는다’는 이유로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반대로 도입을 지지하는 여론도 컸는데, 찬성과 반대 진영이 폭력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독일 역시 7월 백신 패스 도입이 공론화되면서 “백신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기본권 침해라는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반면, 덴마크는 백신 접종 인증 이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의무 인증 조치를 폐지했다. 덴마크는 올해 4월부터 실내 시설 이용 시 백신 접종 인증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했으나 백신 접종률 80%를 달성한 뒤 9월 10일부로 입국 관련 방역 조치를 제외한 모든 코로나 관련 제한을 해제했다. 덴마크 보건부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가 더는 중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확산이 재발하면 다시 신속히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백신패스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필요한 일”, “백신 맞기 싫으면 코로나 검사를 매주하고 음성 증명서를 지참하면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시행중인 만큼 우리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니까 그렇다 쳐도 우리는 마스크 다 잘 쓰는데 백신 패스는 과하다”, “강제로 접종을 강요하는 것 같다”, “백신 부작용 대응부터 먼저 내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8월7일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남성이 ‘자유’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수천명의 인파가 프랑스 곳곳에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백신패스 도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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