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전 국민의 70% 이상, 특히 고령층의 90%·성인 인구의 80%가 접종을 마치면 일상회복의 발걸음을 뗄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드 코로나' 도입 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이다. 권 장관은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 부터 '단계적 방역완화'를 시사했다. 국내 백신접종률은 빠르게 오르고 있고 잔여백신량도 1872만회분으로 넉넉해 내년 접종까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더 이상 백신수급은 골칫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에 앞서 가장 큰 문제는 접종기회가 있어도 백신을 맞지 않는, 혹은 맞지 못하는 미접종자들이다. 정부는 추가 접종기회를 지속해 부여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미접종자에 대한 추가 접종예약 신청률이 8.9%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530만명의 미접종자가 남은 상태다.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서의 유행은 분명 경계 대상이다.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사이에서의 유행이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라는 위협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초 전체 변이 감염자의 3.3%에 불과했던 '델타' 변이가 현재 99%까지 치솟는 등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 처럼 말이다.
아울러 백신접종이 속도를 낼수록 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첫 백신접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집계된 누적 이상반응 의심 신고 건수는 29만4269건이다. 그러나 백신접종과 부작용의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303건에 불과한다. 이 중 사망·중증으로 인과성을 확인받은 사례는 단 7건이다.
국감장에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복지위 의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속도가 세계 1위 수준인 것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국민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백신 패스' 도입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미접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 상태다. 방역당국이 기대한 접종률 제고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반발심만 자극했다. 지난 1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백신 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엿새만에 5만8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근로권 및 생존권 침해하는 백신 패스 반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은 폭력이다' 등의 국민청원도 함께 올라온 상태다.
청원인의 게시글을 보면 "백신 접종은 알레르기 반응 등 불가피한 사정부터 부작용 등을 고려한 개인의 선택"이라며 "명분과 근거도 없이 떠다니는 코로나 잡겠다고 끝까지 백신을 몰아붙이는 억지는 인내할 수 없다"고 했다.
백신접종 기피의 이유는 이들의 주장에서 엿볼 수 있다. 멈춰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백신접종 정책에 대해 보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더욱 촘촘한 백신접종 부작용 보상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백신 패스를 언급하면서 접종에 대한 반강제적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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