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한국방송공사(KBS)가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는 KBS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대안 제시를 주문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 자구책이 '재탕'이라 지적하며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EBS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 등은 한달에 9500원을 받지만 국민이 돈 내는 데 거부하지 않는다"며 "KBS는 4분의1에 불과하지만 KBS 수신료 내는 데는 지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공정성에 국민들이 의문을 보내는 가운데 높은 인력비, 낮은 제작비 등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정당한가에 대한 지적이다.
양승동 KBS 사장이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2월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6%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 KBS가 진행한 자체 공론조사에서는 70%가 넘는 응답자가 인상에 찬성했지만 당시에도 KBS 뉴스 공정성, 콘텐츠 질, 경영 효율성에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이러한 비교에 양승동 KBS 사장은 "단순한 즉답보다 KBS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숙의과정을 거칠 경우 국민 판단이 어떨까 궁금해 이러한 절차를 밟았다"며 "일반 여론조사와 숙의를 거친 국민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 방만경영과 뉴스 공정성에 집중하며 수신료 인상 철회까지 요구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2011·2014년 KBS 수신료 인상안 및 자구책과 KBS의 이번 자구안을 비교하며 재탕이라 지적했다. 인건비 비중 절감, 인력 감축, 유휴자산 매각 등 자구책 내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허 의원은 "그동안 제출한 자구책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회가 어떻게 믿고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킬 수 있겠냐"며 "수신료 인상안을 철회하고 다음 집행부로 넘겨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기가 두달 남은 양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지 말고 다음 경영진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EBS 국정감사.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양승동 KBS 사장은 여러 자구책을 내놓으며 수신료 인상 전에 추진할 사안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구책이) 그 당시 수신료 현실화를 전제로 낸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이번 조정안도 그러한 성격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수신료가 조정되기 전에 (추진할) 몇가지 자구책도 냈다. 관리하며 지키겠다"고 말했다. 보도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어느 한 시점·순간의 보도 내용과 성향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주간·월간 단위로 보면 KBS가 균형을 가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수신료 인상에 앞서 KBS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40여년째 제자리인 수신료가 현실화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며 "KBS가 수신료 인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감동할 파격적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 방안으로 △공익 프로그램 확대 △KBS 2TV 등의 상업적 광고 단계적 폐지 △지역성 회복을 위한 네트워크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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