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천화동인’ 해산신청 인용될까
비송사건으로 별도 변론은 안 열려
법원이 주도, 해산 결정 전 관리인 둬 보전처분 가능
4천억대 배당금 성남시에 귀속 여부 관건
“누구에게 귀속될지 따져봐야… 별도 소송 필요”
2021-10-14 06:00:00 2021-10-14 09:20:29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성남시민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3호의 해산을 명령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이들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3호 해산명령에 앞서 보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장동 부패수익 국민환수단’ 실무단장인 이호선 변호사(국민대 법학대학 교수)는 지난 12일 수원지법에 화천대유, 천화동인 1·2·3호에 대한 회사 해산명령을 신청했다.
 
이 변호사는 해산의 근거로 이들 회사 설립 목적의 불법성을 들었다. 상법 176조 1항 1호는 ‘회사의 설립 목적이 불법한 것인 때’를 회사해산명령 사유로 들고 있다. 회사의 설립 목적이 불법인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
 
'회사 해산'으로 법인격 박탈
 
법원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회사를 해산해 법인격을 박탈하는 비송사건이다. 해당 법인의 이해관계인이 아닌 성남시민들이 청구한 사건이므로 법원이 주도할 수 있으며 비송사건절차법 94조에 따라 법원이 해산을 명하기 전, 직권으로 관리인을 선임하고 회사재산의 보전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법원은 선임한 관리인에게 법인의 재산 상태를 보고하고 관리계산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절차는 변론 없이 서면으로 진행된다. 단, 법원은 해당 법인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적법한 투자와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니라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시의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부정한 거래를 하며 회사라는 형식을 수단 삼아 사익을 편취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천화동인1~3호, 시설도 인력도 없어"
 
그는 “이들 회사(천화동인 1∼3호)는 주소지를 화천대유와 같은 곳에 두고 있고, 영업을 위한 시설이나 인력도 따로 갖고 있지 않다”며 “한 것이라고는 거액의 이익을 배당받는데 그 법인 통장을 사용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는 해산 사유인 ‘영업 불개시 내지 휴지’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같은 취지로 주소지가 서울인 천화동인 4~7에 대한 해산명령 신청서도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에 “화천대유, 천화동인 해산 명령 청구 사건은 피해액 보다는 법인 해산 이후 배당결의 무효 확인청구 소 등에 따라 원점에서 정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이해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천화동인1~7호 총 4040억 받아
 
앞서 이 변호사는 지난달 성남시민들을 대리해 ‘성남의뜰’을 상대로 배당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 분배 과정에서 3억5000만원을 투자한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7호는 최근 3년간 총 40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법인의 채권자, 주주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자의 해산명령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구인 성남시민들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 아니라서 당사자 적격 부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소송이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권재열 교수(경희대 로스쿨)는 “법원에서 보전 절차에 들어갈 경우 사실상 (해산 명령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청구인들이 이해관계인이 아니라서 상법 176조에 따라 요건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176조는 △회사의 설립목적이 불법적일 때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설립 후에도 1년 안에 영업하지 않고, 1년 이상 영업 유지하지 않을 때 △이사나 사원이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해 회사의 존속을 허용할 수 없는 행위를 할 때에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또는 법원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조계 "해산신청 인용 쉽지 않아"
 
서울 모 로스쿨에서 상법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법인 해산이라는 게 사실상 법인 사형 선고와 같은 것”이라며 “해산 명령 청구 요건에서 ‘불법적’인 설립 목적이라는 게 말 그대로 도박, 성매매, 무기 판매 등 목적 자체가 불법적인 것을 말하는데 부동산 개발업 등을 위해 설립된 화천대유 등은 설립 목적 자체가 아닌 중간 과정에서 부동산가격이 치솟고 운용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라서 요건에 맞다고 보기 어려워 법원 인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인 주주나 채권자가 아닌 시민들이 법인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례는 본적이 없는데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싶다”면서도 “오랜 기간 해당 법인의 활동이 거의 없거나 하면 해산 등기를 할 수는 있겠으나 법원에서 (해산 명령 청구를)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성남의뜰’ 배당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에 따른 4000억원대(화천대유·천화동인 배당금) 배당금이 성남시에 귀속될지 여부도 관건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배당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의 경우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배당결의만 무효화되는 것이라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당이 무효화되고 자산 복귀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를 찾아오기 위한 또 다른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금이 성남시에 귀속될 가능성이 있긴 한데 이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소송이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판교에 위치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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