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전국적 혼란 부른 KT 통신 오류…디도스 공격 아닌 내부 오류로 판명(종합)
11시20분~정오께 약 40분간 KT서 대규모 통신 장애 발생
디도스 공격 추정했으나…원인은 '내부 네트워크 오류' 판명
아현국사 화재 통신 대란 당시 70억 보상…피해 규모 파악 우선
2021-10-25 15:09:32 2021-10-26 08:33:38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KT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 망에 발생한 대규모 장애가 디도스 공격이 아닌 자사 네트워킹 오류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점심시간에 발생한 통신 장애에 식당이나 음식 배달 등 요식업계가 큰 불편을 겪었다. 아현국사 화재에 이후 두 번째 발생한 대규모 통신 오류인 만큼 피해 보상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 지사. 사진/뉴시스
 
KT(030200)는 25일 오후 2시30분께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할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공지했다. 이날 11시20분께 발생한 통신 오류에 당초 KT는 "대규모 디도스 공격 발생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으나, 결국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 문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신 오류는 정오부터 복구되고 있다. 
 
점심시간 장애 발생에 요식업계 피해 클 듯…증권·교육업계도
 
이번 통신 장애가 유무선 인터넷부터 기업망까지 KT 통신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어난 탓에 많은 고객이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 시간 동안에는 카카오톡 전송은 물론 인터넷 검색,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이 모두 먹통이 됐다.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 피해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온라인클래스 등 화상 수업 플랫폼도 장애를 일으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도 차질을 빚었다. 
 
특히 장애가 점심시간에 발생한 탓에 식당 내 카드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요식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매장의 경우 POS 접속 자체가 불가해 카드 결제, 배달 주문 수락 등이 모두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식당, 카페에서의 현장 결제는 물론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도 원활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11시45분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샐러드 가게에서 식사하던 직장인 김 모 씨(30대)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했는데, 사장님이 페이는 LG유플러스 망을 써서 되는 거라고 하더라"며 "10분 사이 카드 결제가 안돼 발길을 돌린 손님만 두 명"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대전에서 점심을 먹은 직장인 도 모 씨(30대)도 카드 사용이 안 돼 계좌이체를 해야 했다. 도 씨는 "계좌이체 완료 문자도 오지 않더라"며 한숨 쉬었다. 
 
또한 KT 통신사를 사용하는 배달 라이더들도 앱 접근이 되지 않아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1시부터 하루 중 배달 건수가 가장 많은 피크 시간대에 진입한다"며 "40분 동안 장애가 발생했다면 라이더 별로 2~3건의 콜을 날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배달 라이더 1인 당 1만5000원 안팎의 수입이 사라진 셈이다.
 
KT는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되는 대로 추가설명 드리겠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위기경보' 발동…방통위도 사태 파악 나서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날 11시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단계를 발령하고 사고 원인 및 피해현황을 조사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2시45분경 KT로부터 서비스 복구가 보고됐지만,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을 상황실장으로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구성해 완전한 복구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KT는 이용자에게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배상책임과 손해배상 기준 등을 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통신국사 등 주요통신설비의 장애로 역무 제공이 중단된 경우 지체 없이 △역무 제공이 중단된 사실 및 그 원인 △대응조치 현황 △상담접수 연락처 등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방통위는 해당 법이 KT에 적용될지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도 "정확히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파악을 해야 법 적용 가능 여부나 범위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현국사 화재 때 70억 배상…피해 규모 파악이 우선 
 
2018년 11월 화재 발생 당시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11월 아현국사 화재에 이어 두번째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KT는 또다시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보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고 원인이나 피해 규모 등이 파악되지 않아 보상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추산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현국사 화재로 KT는 약 7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당시 유무선 가입 고객 약 80만명의 요금 1~6개월 치를 감면했으며, 지역 소상공인에는 서비스 장애복구 기간에 따라 40만~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재난 상황에서 타사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재난로밍제'는 법 시행 전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아현국사 화재로 마련된 재난로밍제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담겼다. 오는 12월9일부터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한 이통사의 통신망이 끊기더라도 다른 회사 망을 이용해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가운데 보안업계에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사후진단보고서'의 공개를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계 전문가는 "클라우드플레어 등 민간 CDN 업체들조차 고객 신뢰를 위해 사후진단보고서를 공개한다"며 "기간통신사인 KT에서 이런 초보적인 장애가 일어났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어떤 확인이 이뤄졌는지 자세히 발표해 신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규모 장애로 소상공인에게 큰 피해가 발생한 이날 KT는 소상공인을 위한 'AI통화비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AI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예약이나 주문을 인공지능(AI)이 대신 처리하는 서비스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해당 서비스를 발표하며 통신 중심인 '텔코'에서 '디지코(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업으로 변모하며 "KT AI가 선보일 고객 삶의 변화와 산업 혁신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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