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토요일(오는 30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여야의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나오셔서 설명회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대신 해당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박 장관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굳이 그럴 일이 아닌데 외형상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법안에 대한 여야 간에 의견 합치가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받아들이면서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졌고, 지난 26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 과정에서도 검찰 보완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동일성' 규정을 일부 삭제하는 등 여야가 함께 수정안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박 장관은 중재안에 담긴 검찰 보완수사 단일성·동일성 규정에 다소 문제가 있다 판단해 법사위에 출석하면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해당 조문이 수정되면서 "보완수사 부분에 대한 사법통제 측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논의가 된 것 같아서 더 이야기는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은 "사실상 합의가 됐다가 또 재논의가 됐고, 그 뒤에 또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주요 의원님들의 논의가 있었다"며 "필리버스터가 본래의 취지와는 좀 무색하게 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법안 통과되더라도 검·경 모두 수사공정성 확보 방안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국회 논의도 향후 수사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 질지는 최대 1년6개월까지 변수들이 있다"며 "그것은 오로지 검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구(중대범죄수사청)의 도입이라는 관점에서 검찰이 선도적으로 치열하게, 그리고 아주 혁신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을 논의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에 맞춰 오는 5월9일 장관직을 내려놓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 임기와 같이 맞추겠다고 했던 것은 오래된 제 생각이고 에너지도 이제 많이 고갈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석가탄신일 사면이 가능성에 대해 박 장관은 "현재까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사면에 관해서는 이제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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