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스마트폰 쏜다" 은행 마이데이터 가입 유치 과열
3만원 제한 등 당국 과당경쟁 방지책 무색
2021-11-10 15:52:52 2021-11-10 15:52:52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다음달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이 허술한 금융당국의 과당경쟁 방지 규제에 금융사들의 상품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앞서 당국은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가입을 대가로 고객에게 주는 선물 또는 경품 가격을 1인 3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추첨형 경품에 대해선 전체 대비 평균 제공금액으로 가액 범위를 정하면서 은행들은 규정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고가의 스마트폰 등을 거리낌 없이 경품으로 내걸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30일까지 '우리 마이데이터 오픈알림 이벤트'를 실시한다. 마이데이터 시행에 따라 다음달 1일 오픈하는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 전 사전 이벤트 격이다. 신청하는 모든 고객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 2장을 증정하며, 친구·지인에게 공유하는 고객 3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80만원 상당의 테블릿PC를 준다.
 
기업은행은 다음달 선뵐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자산관리 서비스인 'i-ONE 자산관리'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총 2만5000명에 상품권 5000원 주고, 연말까지 다른 금융기관의 마이데이터를 1개 이상 연결하면 추첨을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100명에게 준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제공되는 자산관리 서비스 등은 고객을 자기 은행에 묶는 '락인효과'가 크다고 판단돼 은행들은 공격적인 고객 유치 전략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오픈뱅킹 출시 때도 은행들은 선물 보따리를 풀며 고객들을 자기 은행으로 불러 모았는데, 당국은 이번 마이데이터 시행에도 이런 경쟁 발생을 우려해 9월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경품은 줄 수 없게 했다.
 
문제는 감독규정 내에 명시한 '평균 제공금액'에 따라 은행들이 이전과 다름없는 마케팅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 제23조 31항 7호에 따르면 서비스를 가입시키거나 데이터 전송요구권을 행사하게 하기 위해 주는 경제적 이익은 3만원 넘지 않게 돼 있으나, 추첨 등을 통해 제공할 경우 평균 제공금액을 의미한다고 규정돼있다. 
 
오픈뱅킹은 시범운영 7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이 모였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은행들이 3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내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셈이다. 당국이 경품 3만원 제한 도입 당시 언급한 건전한 경쟁질서 유도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김영란법과 같은 법령에서도 경품 사용 기준으로 3만원 수준으로 제한을 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추첨 등을 통해 제공할 경우도 평균 제공금액을 의미하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반대로 소비자 실익을 되레 해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예·적금 우대금리를 줘 신규 서비스 가입을 유치하곤 했다. 예컨대 은행들은 자사 오픈뱅킹 가입 고객에게는 0.1%p 금리를 더 얹어주고 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관련해선 이 이자 지급이 감독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에 관련 우대금리 항목을 삭제하면서 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금전적 제공이 금지돼 해당 우대항목을 부득이하게 삭제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이 허술한 금융당국의 과당경쟁 방지 규제에 금융사들의 상품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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