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소녀상 주변에 생활하는 많은 시민들께서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와 진보 성향 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간 갈등이 밤새 이어지고 있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이곳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열어 왔다.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조직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 부당함을 규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정기 시위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연대와 반일행동이 이 자리를 두고 대치 중이다. 자유연대는 "수요시위를 중단하라" "정의연을 해체하라" "윤미향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반일행동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친일파는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수요시위 시작 전인 오전 11시쯤에는 반일행동 회원들이 자유연대 회원들을 향해 뛰어들면서 충돌이 있었다. 30분 후 쯤에는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보수단체 차량과 반일행동 회원들이 대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 중재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자유연대와 반일행동. 사진/표진수기자
경찰에 따르면 양측의 대치는 전날 오전 5시40분쯤 반일 행동 회원들이 철야농성 중인 소녀상 앞에 자유연대가 트럭을 대면서 시작됐다.
앞서 두 단체는 정의기억연대의 정례 수요시위가 열리는 소녀상 앞을 선점하는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자유연대는 밤새 경찰서 앞에서 대기해 11월 소녀상 좌·우측 인도와 1개 차도에 우선 순위로 집회 신고를 마쳤다. 자유연대가 집회를 중단하면 후순위인 반일행동에 장소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은 반일행동을 향해 '선순위 집회 신고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달라'는 경고 멘트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경찰은 "선순위 집회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질서 유지선 안쪽과 바깥쪽에 머물면서 계속해서 불법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소녀상 주변에 생활하는 많은 시민들께서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하며 반일행동 참가자들의 자진 해산을 촉구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자유연대와 반일행동 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소를 뺏긴 정의연은 소녀상에서 20m 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정례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날 열린 1517차 수요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최광기 정의연 이사는 "어느새 이 평화로는 갈등과 대립, 욕설, 혐오로 가득한 곳이 됐다"며 "그러나 30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것만으로도 그 누구도 이 수요시위의 준엄한 가치와 역사를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0일 연합뉴스 앞에서 수요시위를 열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사진/ 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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