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지난 몇 년 사이 국민들의 금융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는 데 앞장서온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핀테크 산업의 성과, 협회의 역할 및 비전을 공유하고 최근 정책·규제에 대한 업계 의견을 밝혔다.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가운데)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카카오페이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은 최근 4년간 편리성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자본금은 1조1127억원으로 4년 사이 4배가량 증가했고 종사자 수는 2만2000명을 돌파했다. 간편결제, 송금 등에 집중됐던 서비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과 결합해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됐다.
다만 그는 "기존 금융기관이나 글로벌 핀테크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핀테크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과 비교해 인력, 이용금액, 영업이익 모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류 회장은 또 "전세계 핀테크 산업 발전 순위가 지난해 18위에서 올해는 26위로 하락했다"며 "이대로는 핀테크 후진국으로도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정체 배경으로 그는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금융 관행, 부족한 인력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제약들 때문에 해외에서는 100여개에 육박하는 핀테크 유니콘들이 드래곤을 향해 성장을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핀테크 유니콘이 1개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들은 일제히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단순히 소비자의 피해만을 막는 것이 보호는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금융소비자가 보다 합리적인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권익을 높여주는 것 역시 보호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핀테크 산업 경쟁력은 새로운 회사가 얼마나 나타났고 이들이 얼마만큼 성장을 했느냐가 판단의 척도가 된다"며 "산업을 양성하고 올바르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핀테크 협외 관계자들도 "당국이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보고는 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못 따라가는 문제"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디지털 금융 기본법으로 핀테크뿐 아니라 한국 금융 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전금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동일기능 동일규제' 이슈에 대해 "라이선스의 특성에 따라 수익의 구조나 보장받는 혜택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표면의 기능만을 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시목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감사(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거 핀테크 사업자들의 상품 추천 서비스가 중개에 해당한다는 당국의 해석에 대해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복수상품을 추천하더라도 해당 상품의 제조·판매업자 사이트로 아웃링크 이동하는 경우 소비자의 오인·혼동의 우려가 적다"며 "다양하고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상품별 금융플랫폼 진입규제 신설과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핀테크 업계의 오랜 숙원과 같았던 망분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인영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디셈버자산운용컴퍼니 대표)이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그는 "망분리 규제로 모바일 개발 시 필수적인 오픈소스나 이브러리 사용이 제한돼 개발자들이 핀테크 기업을 꺼린다"며 "핀테크 업권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발 단계만이라도 망분리 예외 등의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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