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방역 수칙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5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이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질병청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각 지역마다 인구 밀도와 이동 양상 등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어느 상황에서 집회를 금지해야 하는지 미리 법률을 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종로구 집회 금지 고시가 충돌해 범죄 구성요건 판단이 어렵고 고시가 금방 바뀌는 등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어겨 위헌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회는 여러 사람이 반복해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비말이 튈 위험이 있고 참석자의 인적사항 파악이 어려우며, 감염병 예방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예상 못한 집회가 발생하면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해서 집회 인원을 미리 설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0인 이상 집회를 제한한 서울시와 비슷한 사례로 다른 지자체 처분의 집행정지가 인용됐지만, 양 위원장 집회는 신고 인원을 넘겨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노동자 단체 대표로서 노동 조건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기는 하나, 전국민이 코로나로 장기간 여러 활동을 제약당하고 있던 상황임을 고려할 때, 지자체 방침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고시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장기간 구금되는 기간 동안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집회 활동과 감염병 예방법의 조화 등을 깊이 생각할 기회를 부여 받았다"며 "당국의 조사 결과 집회로 인해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3일 주최측 추산 8000여명이 참석한 7·3 노동자대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적용된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 방해 등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9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2021년 정기국회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노동법 전면개정, 정의로운 산업전환-일자리 국가보장,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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