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이 9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임기환)은 이날 여순사건 희생자 고 장환봉씨 유족이 국가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청구를 각하하고 일실수입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 제기 전에 시효로 소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더 나이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씨 본인과 유족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 유족은 위자료로 장씨 본인 15억원, 장씨 부모 10억원, 배우자 5억원, 두 자녀 6억원 등을 청구했다.
정부는 유족이 이미 앞선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확정 판결 받았으므로 이 사건이 동일한 소송을 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가 진상규명을 발표한 2009년으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가 소멸됐다는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선행 소송에서 주장한 불법행위 내용도 '군경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인 망인을 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는 것으로 두 소송 청구의 기초가 된 피고의 불법행위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위자료 청구 부분은 선행 소송과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소에 해당한다"며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장씨가 1948년 10월 순천철도국 기관사로 일하던 중 반군이 통근열차를 이용해 순천까지 진입했다는 이유로 반군 협조자로 몰려 경찰에 불법 체포·감금된 후 11월 사형 선고 받아 사살·소각됐다고 2009년 발표했다.
이에 장씨 유족은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월 장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두 자녀가 청구한 형사보상액 지급도 같은해 확정됐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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